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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무게중심이 정보통신기술(ICT) 이른바 '4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컨설팅사의 설 자리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신수종기업은 기술 변화 트렌드를 읽는 데 미숙한 컨설팅사를 외면하고 있고, 기존 고객사인 대기업은 이미 내부 조직을 통해 미래 사업 전략을 꾸리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컨설팅사가 단순히 글로벌 IT회사의 경영 사례를 전달하는 '고급 정보 제공 업체'로 남을 것이란 위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 여파는 국내 컨설팅업체에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IT기업들의 수주가 전무할뿐더러, 여전히 기존 고객의 요구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부에서 육성해야 할 인력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시장으로 이탈하고 있다.
국내에서 정보기술(IT)·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은 컨설팅사를 찾지 않는 분위기다. 컨설팅 회사가 제공하는 이른바 '실적 위주'의 문제해결 방식이 IT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기업들은 당장의 실적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팀 단위로 들어가 단기간에 부진한 실적의 원인 및 결과를 분석해 해결방안을 내놓는 식의 기존 컨설팅이 필요 없는 셈이다.
맥킨지 출신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직접 IT 서비스 관련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기존 컨설팅펌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IT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중심엔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IT기업들이 이렇게 생각할 정도니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IT기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사 출신 IT업계 내부 관계자도 "이미 테슬라(Tesla)·페이스북(Facebook) 등 기존 기업 이상으로 규모가 커진 실리콘밸리 업체들 중심으론 컨설팅에 대한 무용론이 먼저 확산된 상황"이라며 "외부 컨설턴트가 기술적인 문제에 조언을 해줄수 없을뿐더러, 현업 종사자가 기술 트렌드 변화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컨설팅사가 글로벌 업체에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해외 진출 시 현지 IT기업들의 시장 상황에 대한 스터디 및 HR(인력관리)·재무 조언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앞으로 펼쳐진 산업 변화기에 기존 컨설팅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선두 컨설팅사 맥킨지 내에서는 "우리가 향후 산업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값비싼 정보 제공 업체'에 그칠 것"이란 위기감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직 맥킨지 관계자는 "이미 맥킨지는 본사 차원에서 향후 10년 뒤 컨설팅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에 미래 전략을 제시하기보다 성공 기업의 알려지지 않은 전략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에 그칠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의 여파는 한국 시장에서 더 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그간 국내에서는 미래 방향성 제시 대신 고객사가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채 요구하는 숫자 맞추기에 특화된 ‘한국식 컨설팅’이 다수 활용됐다. 국내 시장 특성상 여전히 기존 제조업·금융 내 주력고객들의 현안 문제 해결에 매몰됐다는 평가다. 현재 컨설팅사들의 주요 일감이 제도 변화를 앞둔 각 보험사의 자본확충 계획 설계인 점이 대표적이다.
한 글로벌 컨설팅펌 한국 사무소 대표는 "산업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스마트 팩토리·IoT 등 분야에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본사와 협력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잘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신사업 영역에서 컨설팅사를 활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실패들이 하나둘 쌓이며 얻는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생긴 데다, 인하우스(In-House) 조직이 미래 사업 발굴을 전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스마트팩토리 사업 육성을 결정한 SK㈜ 관계자는 "컨설팅사에 전략을 의뢰하지 않았고, 앞으로 의뢰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주력 고객이었던 대기업이 컨설팅 업체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컨설팅 업체 사이에선 새 먹거리 발굴에 대한 조급함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최근 승계를 앞둔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2·3세들에게 신사업을 제시해주는 ‘영업’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업체 내부 구성원의 자괴감 역시 고민이다. 산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과 기존 산업에 매몰된 컨설팅에 대한 불만이 섞여 나오고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하나둘 스타트업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인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1~3년차 주니어부터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파트너들까지 친정을 떠나고 있다. 이제 스타트업 업계 내에서도 전직 글로벌 컨설팅 펌 출신은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컨설팅펌 출신 벤처기업 대표는 "아직 컨설팅펌에 남아 있는 후배들 가운데서도 중견급 이상의 벤처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아이디어를 발판 삼아 직접 창업에 나서는 인력들이 많다"며 “벤처가 향후 성장성이 큰 산업이기도 하고, 컨설턴트에 대한 대우도 좋아서 컨설팅사에서 만큼은 아니더라도 (스타트업에서) 100만원씩 받으며 힘들게 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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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26일 15:3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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