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G, 카카오에 5000억 베팅…제2의 우버 기대감?
입력 17.05.11 07:00|수정 17.05.12 11:08
8년 만에 한국시장 밟은 TPG, 카카오택시·드라이버에 투자 검토
신산업 말고는 대규모 투자건 찾기 힘들어...우버와 유사성도 거론
  •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TPG가 한국시장 투자에 나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선 TPG가 한국시장 컴백 후 첫 랜드마크 거래로 카카오를 선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TPG는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 등 카카오 모빌리티 사업부에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위해 현재 사업부 분사 등을 비롯, 투자 조건을 조율 중이다. TPG가 메인 투자자로 나선 가운데 현재 오릭스PE 등 다른 PEF의 공동 투자 참여도 검토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분사가 예상되는 6월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한국시장에 돌아온 후 TPG의 첫 번째 거래가 될 전망이다. TPG는 지난해 이상훈 전 모건스탠리 PE 대표를 TPG 한국 총괄대표로 선임하면서 한국시장 투자 채비에 나섰다.

    TPG는 옛 하나로텔레콤(現 SK브로드밴드) 투자를 마지막으로 2008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8년 만에 한국 시장으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 이렇다할 투자 기록이 없다. 2014년 조성한 33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6호 펀드에 이어 올해 7호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올 초엔 대성산업가스 매각전에 참여했지만 막판 MBK파트너스와의 경합에서 고배를 마셨다.

    펀드가 새로 조성되고 아시아 투자팀에도 변동이 생긴만큼 투자실적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들이 나왔다. 이 때문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TPG가 이번 카카오 투자에 적극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TPG가 그간 국내에서 검토해 온 투자 건들과 성격이 다르다.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신수종 사업이다.

    더구나 카카오 모빌리티 사업부는 아직까지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카카오택시는 하루 최대 150만 콜을 기록하며 국내 콜택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수수료 책정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그나마 수수료를 받기로 한 B2B 택시(업무용 택시)는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매출 기여도가 얼마나 나올지 미지수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투자를 한국 신(新)산업에 대한 글로벌 PEF 투자의 '신호탄'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 제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카카오 등 IT산업을 제외하면 PEF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카카오 모빌리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업체 우버나 디디추싱 등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TPG글로벌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에 투자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2013년 구글의 투자 자회사인 구글벤처스와 함께 우버에 2억58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고, 지난해엔 골드만삭스·피델리티 등과 100억달러(약 11조원)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풀 서비스 업체인 라이드 등에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TPG는 이번 투자를 통해 국내 대형 IT기업과 선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향후 관련산업 투자처 확보 시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T기업들이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문을 자주 두드리게 될 이들 기업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TPG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이미 동종 서비스 업체에 투자해 성과를 거둔 곳들이 이미 적지 않다"며 "카카오 모빌리티 역시 해외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내수시장만 잘 잡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