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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당황한 코스닥 거래소는 카카오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지 않더라도 코스피 200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회유하는가 하면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할 때는 코스피로 가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느냐며 압박(?)하기도 했다.
거래소의 거듭된 읍소에도 카카오는 완강했다. 카카오는 "다음 합병 시기 때부터 투자자들의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카카오의 입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4년 다음과의 합병 시 14만원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말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최근엔 8만~9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며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는 코스닥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에선 코스피 이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상장 기업과의 덩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동종 업체인 네이버와 단순 영업실적만 보더라도 체급 차이가 크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네이버는 카카오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배를 벌고 있다.
반면 주가는 동종 기업들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 23일 종가 대비 카카오의 PER(주가수익률)은 지난해 실적 기준 110배다. 네이버의 PER는 37배 수준이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 PER 역시 39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복수의 증권사 연구원은 "업종별로 나눠서 주식을 담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하면 꾸준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네이버를 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전 상장으로 반짝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부진한 실적과 재무부담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다른 이유가 있다고 제기한다. 회사가 '이전 상장으로 오히려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금 수혈에 집중하는 카카오의 현 상황에 주목한다. 회사의 주력 캐시카우였던 광고와 게임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핀테크 등 벌여놓은 신사업은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갖추기 위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기엔 한국 대표 주식시장인 유가증권시장에 몸을 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반영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시장은 초기 벤처기업을 중견 벤처기업으로, 중견 벤처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낼 수 없다는 현실이 재확인이 된 셈이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 이전 문제는 회사가 결정한 문제이고, 이전 상장을 금지하는 법적 조항도 사실상 없어 이를 막을 길도 없다. 하지만 벤처업계에서 존재감이 큰 카카오마저 코스닥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지속 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거나 상장을 목표로 하는 다수의 벤처기업 사이에 패배감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2003년 엔씨소프트, 2008년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까지 (코스피로) 옮겨가면서 코스닥은 그저 코스피로 가기 위한 발판 정도가 됐다"며 "코스닥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기업이 꾸준히 등장해야 시장도 활성화하고 벤처기업도 성장할 수 있을텐데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 상장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중소·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자리 잡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새 정부는 미래부·교육부·중소기업청 등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통합·신설하며 대대적인 육성 정책을 펼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 코스닥 큰 형님 격인 카카오의 이탈로 초장부터 김이 샜다는 전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놓고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과 달라 대규모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꼴이 됐다"며"카카오가 코스닥 탓만 하는 것은 문제지만 거래소 역시 떠난 카카오만 원망할 게 아니라 시장의 한계와 그에 대한 개선책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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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3일 15:2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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