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보유 회사 IPO 성패, 구주매출 여부가 갈랐다
입력 17.05.26 07:00|수정 17.05.28 18:17
ING생명·삼양옵틱스 기관 반응 '냉랭'
'투자 회수' 무게 둔 거래는 투자자도 부담
'흥행 성공' 인크로스는 자사주만 매각+신주 발행
  • PEF가 보유한 기업들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배당성향을 앞세웠지만, 구주매출 중심의 공모 구조과 높은 가격은 투자자를 설득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특히나 기관투자가들은 IPO 구조를 뜯어보곤 투자 회수 목적의 구주매출에 무게를 뒀는지, 아니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무게를 뒀는지에 따라 상극의 반응을 보였다.

    보고펀드가 보유한 삼양옵틱스는 사실상 수요예측에서 실패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 대부분이 낮은 가격을 써냈다. 참여 기관 물량의 약 80%가 공모가밴드 하단을 제시했다. 밴드 내에 가격을 써낸 기관의 물량은 11%에 불과하다. 상장 후 의무보유 기간을 지정한 기관도 거의 없다. 311개 기관 중 3개 기관만이 의무보유를 약속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33대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필옵틱스는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하고, 6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삼양옵틱스의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는 더욱 도드라졌다.

    PEF 보유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냉랭한 분위기는 앞서 진행한 ING생명 수요예측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MBK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했던 ING생명은 IPO에서는 40%의 구주매출을 진행했다. 지난 4월에 진행한 ING생명 수요예측에서도 다수의 기관이 밴드 중하단 수준의 가격을 적어냈다. 보유 확약을 제시한 기간은 1개 기관 뿐이었다.

    단순히 PEF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디스카운트를 받았다고 치부하긴 어렵다. 지난해 PEF 보유기업으로는 처음 증시에 오른 인크로스가 대표적이다. 인크로스는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밴드 상단에서 가격을 정했다. 620곳의 기관이 몰리고 경쟁률은 492.1대1을 기록했다. 상장 이후 주가는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크로스 지분 45%를 보유했던 스톤브릿지캐피탈은 IPO를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자사주만 처분했을 뿐 투자금을 일체 회수하지 않았다. 또 신주를 발행해 향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도 마련하도록 배려했다. 보유 지분이 희석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줬다.

    이에 반해 구주매출만 진행했던 ING생명과 삼양옵틱스는 최대주주의 투자회수에만 집중해 시장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양옵틱스와 ING생명은 최대주주가 정해놓은 가격 안에서 IPO를 진행해야 해 투자자 모집에 한계가 있었다. 삼양옵틱스는 다수 기관이 공모가밴드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밴드 하단가격인 1만6700원으로 주당 공모가를 고수했다. 이 범위를 벗어날 경우 최대주주의 기대 수익률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어서다.

    ING생명도 '성장성 있는 사업군이 아님을 고려하면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공모가밴드 상단 가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주요 생보사들의 PBR 보다 비교적 높은 기업가치를 적용했다. 역시 최대주주의 투자회수 가능 범위를 고려한 가격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주 발행도 없이 구주 매출만 진행했음에도 할인율이 높지 않았다"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삼양옵틱스와 ING생명은 업종 대비 안정적인 실적과 50%가 넘는 높은 배당성향을 투자 포인트로 강조했다. 그럼에도 높은 가격을 넘어서는 '한 방'이 되진 못했다. 발행사와 시장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지 못한 주관사는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청약이 끝난 이후에도 자체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기관투자자를 설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배당주임을 강조하려 했지만 국내 IPO투자자 중 주식을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