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프리IPO 인수금융에 금리 스텝업 적용…IPO 지연 대비
입력 17.06.02 07:00|수정 17.06.05 09:13
만기 3년, 매년 금리 인상 조건
"금리 높여 IPO 압박하기 위함"
  •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투자 인수금융에 해마다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Step-up)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을 통해 이랜드리테일의 IPO 지연을 막음으로써 투자자들의 회수 보장 장치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인수금융 주선사인 KB증권은 국내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지분 34.84%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가진 상환전환우선주(RCPS) 34.84%를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프리IPO를 진행 중이다. 총 거래 규모는 6000억원으로 이랜드그룹이 후순위로 2000억원, 큐리어스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2000억원을 댄다.

    KB증권은 자체자금 800억원가량을 포함해 2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조달한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지분 28.7%가 담보다.

    인수금융 만기는 3년인데 해가 갈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Step-up) 조건이 붙어 있다. 첫해는 5% 중반, 둘째 해는 5% 후반, 마지막 해는 6% 중반으로 높아지는 형태다.

    이번 투자는 프리IPO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IPO를 통한 회수가 이뤄져야 한다. 갈수록 금리 부담을 높임으로써 이랜드그룹이 IPO를 서두르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융의 직접 차주는 새로 설립된 PEF지만 이랜드그룹도 후순위로 참여하는 만큼 높아지는 금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은 이랜드그룹의 신용도와는 무관하다.

    인수금융 투자를 검토 중인 금융회사 관계자는 스텝업 조건에 대해 “이랜드그룹이 여러 차례 이랜드리테일 상장 계획을 지키지 않았던 만큼 보다 강화된 투자회수 보장 조건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 금리 등 다른 투자 조건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3000억원 규모 이랜드리테일 RCPS 만기가 다음달 19일 도래하기 때문에 이랜드그룹은 그 전에 프리IPO 투자 유치를 마무리 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투자 조건이 나쁘지 않다면서도 이랜드그룹 익스포저 문제를 들어 인수금융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캐피탈사나 연기금·공제회 등이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며 내년 상반기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최근엔 내년 하반기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가 투자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2년 안에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이랜드그룹은 새 FI를 유치해 지분을 사들이거나,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