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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아홉 건의 제재 조치 중 하나가 일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교보증권이 부수 업무 신고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교보증권은 사전 신고 없이 부동산 시행업을 영위하다 적발됐다.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시행사를 설립,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동주택 용지 분양 입찰에 참여했다.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다.
이렇게 교보증권이 만든 시행사는 총 31개에 달했다. 각 시행사(SPC)에는 자본금을 소액 투자하고 사업 관리자(PM)만 수 명 두는 방식으로 비용을 최소화했다. 교보증권은 LH의 용지 분양 입찰에도 22회 참여, 낙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감독당국이 조사에 착수하자 다급히 이 시행사들을 모두 폐업하고 사업자 등록까지 철회했다.
시행사는 땅(택지)을 매입하고 건축물 시공하는데서 분양까지 부동산 개발 전 과정을 관장한다. 반면 증권사의 일은 시행사가 은행에서 택지 매입금 등을 빌릴 때 거래를 주선하거나 신용을 보강하는 일이다. 여기서 증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은 수수료 수입 정도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최근 몇 년 새 시행사가 많은 이익을 내는 모습을 본 교보증권이 아예 시행업까지도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대목에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금융업(증권업)'과 '시행업'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해오던 대출 주선 업무는 대행 수수료만 받다보니 위험이 없다. 그러나 시행업은 자본금을 투자하는 '에퀴티(equity) 비즈니스'다. 분양에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지만, 미분양 등이 발생할 경우 자본금을 상각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말썽거리도 많아 적지 않다보니 시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한 증권사 위험 관리 담당자(CRO)는 "교보증권의 시도는 '옷'을 만들던 회사가 '봉제용 재봉틀'도 직접 생산해보겠다고 나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시행업은 사업관리자(PM) 몇 명 뽑아 시행사를 뚝딱 만든다고 큰 이익 남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대출을 중개하지만 시행업에도 직접 손을 댄 곳은 오로지 교보증권 뿐이다.
교보증권의 이러한 행위가 큰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행업의 비소구(non-recourseㆍ투자위험이나 차입금 리스크에 대해 일정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 특성 때문이다. 시행업계에서는 소요 자금을 비소구로 대출해 현금흐름을 시행사의 모기업과 분리, 해당 개발건에 한정한다. 시행사의 계정이나 신용 보강 주체 이외에 시행업 실패에 따른 추가 책임을 더 묻지 않는다.
그래서 시행업은 택지 매입과 건축물 시공에 수백~수천억원을 운용하지만 사업자 등록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은 3억원(주택건설업 기준)에 불과하다. 시행업이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uturn) 사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PC의 모기업인 교보증권이 신용 보강에 참여하지만 않으면 시행업 실패 시 손실을 절연하는 방법으로 '이익의 선택적 수취'가 가능하다"면서 "이론적으로 따지면 시행사로 나서는 교보증권이 사업의 우발적 위험이나 피해를 은행과 건설사에 떠넘길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은 '교보부동산개발' 등 시행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대신, 수십 개의 SPC로 시행업을 시도했다"면서 "손실을 절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평판 위험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신뢰가 중요한 생명보험사를 모기업(교보생명)으로 둔 교보증권이 '교보'라는 이름을 활용해 시행업을 영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낳고 있다. 교보증권이 시행사로 설립한 31개 SPC의 법인명 가운데 '교보'라는 이름이 들어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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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02일 13:4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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