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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의 핵심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편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하림 그룹이 상장 후 제일홀딩스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장 주관사는 성공적인 수요예측 결과에도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깎으며 완주에만 집중하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요예측에는 18억5837만주의 청약이 들어왔고, 경쟁률은 114대1에 달했다. 참여수량의 68%가 희망공모가밴드 이상으로 가격을 적어냈다. 밴드내 가격을 적어 낸 기관 물량은 약 32%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홀딩스는 가격을 공모가 하단인 2만700원으로 책정하는 의외의 선택을 보여줬다. 수요예측 결과가 좋을수록 가격을 높게 정하는 그간의 사례와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하림그룹을 둘러싼 여론을 의식했다는 후문이다.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받아야 할 지탄은 회사 측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 주관사단은 수요예측에서 다소 과장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참여물량은 제외했다. 대신 무게감 있는 기관들이 청약할 수 있도록 공모가를 최대한 낮췄다. 이로 2만700원 미만을 적어낸 기관을 제외한 94%의 기관투자자가 청약 자격을 얻게 됐다.
성공적인 수요예측 결과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상단 가격으로 청약을 진행하길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그룹에 악화된 여론과 팬오션 인수 대금으로 공모자금을 소진하는 점, 하림그룹의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해 회사 측도 주관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몸값을 낮춘 덕에 악화된 여론 속에서도 일반 청약은 무난히 마무리됐다. 지난 19~20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일반청약에서 경쟁률은 20.67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약 8720억원을 기록했다. 증거금 1조원을 넘기진 못했지만 현재 그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나쁜 결과는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청약 시점과 그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시점이 맞물리면서 주관사는 보수보다 '완주'에 만족해야 했다. 공모가가 밴드 하단으로 결정되면서 주관사단에 돌아오는 수수료는 공모금액의 0.9%인 38억원으로 정해졌다. 발행사의 의견을 반영했더라면 최대 41억원의 수수료와 0.3% 내외의 추가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었다.
제일홀딩스 측은 "중장기적으로 하림그룹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장기 투자 목적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납입일은 오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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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2일 07:00 게재]
수요예측 성공에도 공모가 낮게 결정..여론 의식한 듯
청약 가능 기관투자자 범위 최대한 넓혀
주관사 역시 공모가 하단 제안...스스로 수수료 깎아
청약 가능 기관투자자 범위 최대한 넓혀
주관사 역시 공모가 하단 제안...스스로 수수료 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