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경영진, 보호예수 풀리기 직전 스톡옵션 행사
입력 17.06.26 07:00|수정 17.06.26 09:42
핵심 경영진 5名, 상장 후 최고점에 스톡옵션 행사
기관투자자 락업 물량 풀리는 시점 피하려 한 듯
경영진 지분 매도 소식 이어지자 주가 하락...투자자 '분통'
  •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 경영진이 상장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투자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매각 시점이 공모에 참여한 상당수 기관투자가의 보유 지분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풀리기 직전인 6월 초에 집중됐다는 점이 이슈다. 매도 물량이 시장에 출현하기 직전에 최대한의 차익을 노린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넷마블의 권영식 대표와 이승원 북미사업전략담당 부사장·백영훈 사업전략 부사장 등 주요 임원 5명은 이달 초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일부를 장내 매도했다. 지분 매각은 이달 1일부터 9일사이 진행됐다.

    권 대표는 1만8000주를, 백 부사장은 1만1690주의 주식을 매도했다. 이 부사장도 1만1849주를 팔았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 측이 지급한 스톡옵션은 상장 전인 지난 3월부터 행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매도 시점이다. 이들 경영진은 넷마블 기업공개(IPO)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이 풀리기 직전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넷마블의 상장일은 지난 5월 12일이다. 기관투자자 일부가 확약한 한 달간의 락업(지분매각 제한)은 이달 12일 월요일부터 해제됐다. 넷마블에 청약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기간 중 1개월이 14.74%로 가장 많았다. 약 200만주의 물량이 이날부터 거래가 가능했다.

    임원진은 영업일로서는 하루 전인 9일 금요일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처분했다. 넷마블 주가 추이를 보면 상장 후 가장 주가가 높았던 시점이기도 하다. 락업이 풀려 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매도량은 크지 않다. 넷마블 8400만주에 이르는 넷마블의 상장 주식의 0.05% 정도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상장 후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넷마블의 주식은 휘청였다. 핵심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했다는 상징성이 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16만원까지 올랐던 넷마블의 주가는 12일 경영진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장 후 두 번째로 낮은 종가를 기록했다. 이날 넷마블의 종가는 14만1500원이다.

    넷마블의 주가가 부진했던 상황에서 락업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던 투자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한 기관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겐 넷마블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강조했으면서 정작 경영진은 주식을 상장 후 한 달만에, 그것도 기관 락업 만료 전에 처분해 사익만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넷마블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역시 주요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보고 받은 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개인의 스톡옵션 행사 여부를 회사 측이 막을 수 없었다. 방 의장은 등기 임원들이 이번 일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는 후문이다.

    상장 주관사도 난감한 상황이다. 상장 주관사단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넷마블의 상장으로 국내 기관들에게 처음으로 국내 기관에도 1%의 청약수수료를 요구한 바 있다. 발행사가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에 대해 주관사는 기관투자자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 투자자와 발행사간 중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관사 역시 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해 염두해 둔 상황이었다. 상장  작업 중 주관사는 주요 경영진에게 '상장 후 3개월 간은 지분 매각은 삼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관사뿐 아니라 거래소도 보호예수대상으로 지정한 주식 외에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어떤 형태로든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매도량과 관계없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넷마블의 경영진이 투자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혹평했다.

    경영진의 지분 매각은 최근 증시의 '뜨거운 감자'다. 넷마블의 경쟁사인 엔씨소프트 역시 배재현 부사장이 새로운 게임 출시를 앞두고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매각 시점 전후로 공매도가 급증하며 금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지난 2015년, 2016년 두 차례 전직원에 부여한 스톡옵션의 일부를 행사한 것"이라며 "상장 전에 이미 결정된 스톡옵션 행사이고 개인별로 행사를 위해 소득세 등 납입분 등을 대출로 단기차입을 했기에 이에 대해 상환을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