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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가 면세사업 부진과 기업공개(IPO) 지연에도 반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다시 두드린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악재들이 시장에 노출된 만큼 투자심리가 추가로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과 등급 하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대규모 기업어음(CP)을 갚기 위해 이달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채권 만기는 3·5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회사가 금리 조건을 확정하고 투자자 수요를 예측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차입금 구조가 과도하게 단기화한 탓에 공모채 시장에 불가피하게 나왔다. 장기 자금을 조달해 자금 구조를 안정화하고, IPO에도 대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면세 사업 환경과 롯데그룹 내부 사정이 어느 때보다 발행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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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현재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고 너도나도 뛰어든 면세점 사업은 중국의 사드 보복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알짜로 여겨지던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다. 올 하반기 개장을 앞둔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시내면세점 실무진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폭이 예상 보다 커지자 30년간 면세점을 운영한 롯데면세점의 지위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10%에 버금가던 영업이익률이 6%대로 급감했다. 중국인들의 방한이 본격 금지된 3월 중순 이후의 실적이 더해지면, 수치는 더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반 상황을 줄곧 지켜보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 상반기 정기 평가를 통해 호텔롯데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그간 유지되던 호텔롯데 신용등급 AA+가 AA로 한 단계 하락할 가능성이 열렸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면세업 수익성과 별개로 차입금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당장의 유동성 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기업이지만) 호텔롯데는 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부채 대비 유동자산 수치가 AA 등급의 일반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우호적인 전망을 하지 못한 데에는 호텔롯데가 약속한 IPO 지연도 큰 몫을 했다. 영업이익 하락과 무관하게 IPO만 성사된다면, 조 단위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추진 중인 각종 해외 호텔 투자 사업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구속 기소 상태인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대한 배임·횡령 재판이 매듭지어지지 않으면서 고조됐던 IPO를 향한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형이 확정돼야만 거래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라며 "IPO 성사까지는 적어도 2~3년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고민 중인 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시각을 보인다. 일부는 시내면세점 경쟁력 약화와 롯데그룹 오너가의 재판 이슈가 이미 호텔롯데의 개별민평(민간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하는 금리 수준)에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같은 요소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등급 하향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를 꺼리고 있다.
회사채 시장 한 관계자는 "실적이나 오너가 재판과 관련된 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는 투자자들과, 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상존하고 있다"라면서 "사드·그룹 이슈가 일정 수준 해소돼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돌아오기까진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수요예측은 14일에 진행된다. 남은 기간 동안 금리에 민감하기로 알려진 호텔롯데 자금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이상 과거 공모채 발행 금리보다 10~15bp(1bp=0.01%포인트)의 금리를 투자자들에게 더해 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각종 그룹 및 업황 이슈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호텔롯데의 조달 비용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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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5일 13: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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