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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에서는 증권사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 ADT캡스를 제외하고 주요 거래 주선은 대부분 증권사의 몫이었다. 투자 결정 속도와 인수금융 조건에서 증권사의 경쟁력이 강하다는 평가지만, 속도를 너무 낸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30일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3000억원 이상 인수금융을 조달한 거래는 총 일곱 건이다. ADT캡스ㆍ코웨이ㆍ한라시멘트(이상 리파이낸싱)ㆍMBK파트너스-대성산업가스ㆍ넷마블게임즈-카밤ㆍ더블유게임즈-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ㆍIMM인베스트먼트 PE-에이블씨엔씨(이상 경영권 거래) 등이다.
이중 코웨이ㆍ대성산업가스ㆍ한라시멘트는 미래에셋대우가, 카밤ㆍ에이블씨엔씨는 한국투자증권이, DDI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KB국민은행은 ADT캡스를 단독 주선했지만, 우리은행(한라시멘트)ㆍKDB산업은행(대성산업가스)ㆍNH농협은행(코웨이) 등 다른 은행은 공동 참여해 일부 금액을 주선하는데 그쳤다.
은행에게 인수금융은 포기할 수 없는 '먹거리' 중 하나다. 예대마진 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고질적인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인수금융은 증권사에게도 매력적이다.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 예비자금을 소진하기 제격이다. 기업금융 업무로 분류돼 향후 발행어음 조달액을 투자하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시장의 무게추는 증권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은행은 우선 느린 의사결정 속도가 단점으로 꼽힌다. 투자심의위원회 등 정례화된 절차가 까다로워서서다. 은행의 경우 기존에 보유하던 대기업여신도 있어 위험 노출액(exposure)도 조절해야 한다. 인수금융 대상 기업의 관계사와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을 모두 고려하느라 심사 과정에서 투자액이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넷마블게임즈의 카밤 인수가 투자확약서(LOC) 제출 기한이 촉박했던 사례다. 미래에셋대우ㆍ삼성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NH투자증권 등 주선을 맡은 네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이 400억원을, 나머지 세 곳이 2000억원씩 인수해 대주단을 '뚝딱' 꾸렸다. 대주단에는 주선 증권사 외에 캐피털사와 상호금융 등이 참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新) 산업인데다가 가진 유형자산이 없어 은행권에서는 카밤 인수금융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면서 "상환 조건이었던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공개(IPO)가 확실하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잘 나오는 회사라 주선에 참여한 증권사끼리는 투자 결정을 금방 내렸다"고 전했다.
더블유게임즈가 인수한 DDI도 비슷하다. 같은 게임사라 심사 과정이 까다로웠지만, 짧은 만기(1년) 대비 금리(4%대)가 높아 은행권에서도 탐냈다는 후문이다. 이 거래의 대표 주선은 삼성증권(2150억원)이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이 1320억원, 미래에셋대우와 KEB하나은행이 각각 600억원씩 주선에 참여했다.
인수금융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은행의 영업망 역시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앞두고 증권사가 인수금융 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은행권 '선수'들이 증권가로 대거 이동했다. 공채 직원이 아닌 회계사 등을 경력직으로 선발해 인수금융 업무를 맡겼던 일부 은행에서 이직이 많았다.
한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는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도입된 뒤 증권사가 업계에 뛰어들면서 현재는 '완전경쟁' 수준의 시장이 됐다"면서 "요즘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술 영업'도 안 먹혀 결국 발로 뛰는 수밖에 없는데 성과급 기반으로 유인이 강한 증권사 영업사원을 은행 영업사원이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수금융 조건에서도 증권사가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은 조달금리가 낮아 가격 책정이 유리하지만, 안정성을 중시하는 탓에 중순위 대주단 구성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최근 PEF업계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자본 재조정(recapitalization) 거래의 경우에도 담보인정비율(LTV)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등 깐깐하게 심사한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요즘 대형 증권사는 신용도 측면에서도 은행에 밀리지 않아 결국 LOC 경쟁에서 고려하는 점은 얼마나 빨리 좋은 조건으로 많은 인수금융을 가져올 수 있느냐"라면서 "증권사들이 과거처럼 인수를 꺼려하는 상황도 아니라 적극적이고 조건 잘 만들어오는 증권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의 '과속'을 향한 우려도 존재한다. 다른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몸집'이 은행보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홍콩 등지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IB도 투자 결정을 이렇게 빨리 하지는 않는다"면서 "제2의 '딜라이브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니 위험 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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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2일 09:00 게재]
규모 기준 2~6위 주선 모두 증권사
빠른 투자 결정ㆍ대주단 구성 강점
은행은 절차 준수, 노출액 조절해야
"증권사 위험 관리 철저해야" 지적도
빠른 투자 결정ㆍ대주단 구성 강점
은행은 절차 준수, 노출액 조절해야
"증권사 위험 관리 철저해야" 지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