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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인가를 앞둔 5대 대형 증권사들은 상반기 중 저마다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이어갔다. 미래에셋대우는 최대 규모 자본금을 톡톡히 누렸고, 종전 1위 NH투자증권도 과감한 투자를 꾸준히 선보였다. KB증권은 계열사와 함께 기업투자금융(CIB) 강화에 한창이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오랜 기간 다져온 국내외 네트워크가 빛을 봤다.
대형 증권사 5곳은 지난 7일 금융당국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오는 9월 승인이 날 전망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200%까지 발행어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조달 자금은 레버리지비율 규제 대상에선 제외되는 대신, 그 절반을 기업금융에 활용해야 한다. 기업금융 부문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증권사가 없는 가운데 상반기 중 각자 장점을 활용한 영역 구축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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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는 넉넉한 자본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만 해도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지만 기우였음을 증명해 나가는 모습이다. 박현주 회장이 IB 부문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면서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강점을 가지던 해외 부동산 부문은 물론 대우증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도 성과를 내고 있다.
상반기 인수금융 주선 부문 성과가 두드러졌다. 넷마블게임즈의 카밤 인수금융(8000억원),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약 1조원) 인수 및 코웨이 리파이낸싱(1조3500억원) 등 대형 거래는 물론 소형 거래도 꼼꼼하게 챙기며 가장 많은 주선 실적을 올렸다. 코웨이 리파이낸싱엔 고유계정으로도 1000억원을 투자했다. 박현주 회장은 SK그룹에 도시바 반도체 인수금융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광폭 행보에 경쟁사들조차 과부하가 걸릴까 걱정할 정도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네이버와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맞바꾸기로 했다. 경쟁사와 자본 격차를 벌리며 자본금 8조원이 기준인 초대형 증권사에도 성큼 다가섰다.
한 때 1위 증권사였던 NH투자증권의 행보는 올해도 거침이 없었다. 다른 증권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거래를 정영채 IB 사업부 대표가 과감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해 4조원대 거래인 넷마블게임즈의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참여했던 NH투자증권은 올해 카밤 인수 및 기업공개(IPO) 주관까지 관계를 이어갔다.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나, 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LG실트론 지분 인수 등에도 단독으로 금융을 주선하며 폭 넓은 재계 네트워크를 자랑하기도 했다. 부족한 해외 네트워크는 글로벌 IB인 미국의 에버코어나 인도네시아 다나렉사증권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처럼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곳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도왔다.
다만 'NH금융그룹 소속'이란 부분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금융계열사 임원이 참여하는 CIB 전략협의회에서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계열사의 자금력을 활용할 기회를 갖는다. 반면 보수적인 NH금융의 그룹 문화가 창의성이 중요한 IB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도 많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NH금융그룹내 최대 순이익을 올리고도 박한 평가를 받으며 구성원의 사기가 꺾이기도 했다.
KB증권은 확실한 선장이 있는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과 달리 CIB 조직의 유기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합 KB증권이 출범하며 CIB그룹이 신설됐고, 오랜 기간 명분으로 내걸었던 중소·중견기업 대상 CIB사업 강화를 위해 SME(Small & Medium size Enterprise) 금융본부도 새로 만들었다. 2015년 KB국민은행의 하림그룹 STX팬오션 인수금융 주선이 올해 KB증권의 제일홀딩스 IPO 주관으로 이어진 것에 고무된 모습이다.
부동의 부채자본시장(DCM) 1위였던 KB투자증권의 명성은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여기에 상품 개발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현대증권의 IB 유전자가 더해졌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인수금융 부문 역시 현대증권 인력의 활약으로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다. PF 부문에 강점이 있는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도 여전하다.
IB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신중한 모습이 엿보인다. 무리한 외부 인력 영입보다는 각 부서에서 필요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그 외엔 신규 인력을 뽑아 IB 인력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해외 사업을 각별히 챙기는 것과 달리 KB증권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KB증권 임원은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 진출했다가 손실만 보고 빈 손으로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외에서 직접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해외 IB와 협력해 거래를 발굴하고 셀다운 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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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M&A 재무자문에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 쌍용양회의 대한시멘트 인수, 중국 더블스타타이어의 금호타이어 인수 자문을 수행하며 국내 자문사 중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과 함께 M&A 자문을 수행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국내 증권사로 꼽힌다. 리테일 부문의 경쟁력도 높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국가간거래(크로스보더) 경험이 있는 증권사로 꼽힌다. 자사 경쟁력보다는 2008년 세계 최대 독립계 M&A 자문사인 로스차일드와 손을 잡았고 중국 중신증권, 대만 KGI증권, 베트남 호치민 증권과도 제휴를 맺으며 생긴 경험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 인수 거래에서도 로스차일드의 네트워크가 활용됐다.
보수적인 삼성그룹 문화가 삼성증권의 IB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들이 부지런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부동산, PF 투자 분야에선 삼성증권의 이름은 보기 어렵다. 엘시티 사태와 같은 사고가 나거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염려하고, 문제 기업으로 거론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그룹 문화 때문이란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IB 분야에서 그룹 내 캡티브 물량을 받아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 사업 역시 로스차일드 등 제휴사의 역량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독자적인 역량은 실적에 비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몇 차례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서 체면을 구기긴 했으나 수 십년간 IB에 특화 인력을 육성해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초대형 IB 관련 상품의 이해도도 가장 높다는 평가다. 위험성 높은 PF 부문에서도 철저한 관리로 부실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
방대한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ECM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다. 여느 해처럼 올 상반기에도 ECM 왕좌 자리를 두고 NH투자증권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IPO 부문에선 넷마블게임즈와 ING생명보험 등 대형 거래에 모두 관여한 NH투자증권에 밀렸으나, 유상증자 주관에선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기업의 유상증자는 그 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증권사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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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0일 10:06 게재]
미래·NH·KB·삼성·한투, 하반기 초대형 IB 사업 본격화 전망
강점 기반해 영역 구축…박현주 회장·자본력 업은 미래에셋
NH는 정영채 대표 네트워크, KB는 CIB조직 유기성에 기대
크로스보더 강점 있는 삼성, 기업 네트워크 과시한 한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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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는 정영채 대표 네트워크, KB는 CIB조직 유기성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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