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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생활 안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보험료를 도마 위에 올렸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등으로 상반기 이익 규모가 늘어나 정부 기조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사도 보험료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하반기 업계 전반의 실적도 변화가 예고된다.
올 상반기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삼성화재의 5월 누적 순이익은 7082억원으로 지난해 5월 누적실적보다 52% 증가했다. 동부화재의 5월 누적 순이익은 3041억원으로 전년 동기 실적보다 76%가량 증가했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도 각각 38%, 50%의 증가율을 보였다.
적자 영업부문이었던 자동차보험 수익 증가가 지난 상반기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에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수리비를 과잉 지급하는 관행이 일부 개선됐다.
손보사들은 지난 정부의 '보험료 자율화' 기조 속에서 이익 규모를 키웠다. 보험료를 인하하는 대신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보험료를 올렸다. 광고와 인건비 등 사업비를 포함하면 매년 적자를 내던 자동차보험부문도 올 상반기엔 대부분 흑자를 냈다. 실손보험료도 꾸준히 인상해왔다. 올해 초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은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인상했다.
보험료 지급 비율을 나타내는 손해율은 전년동기 대비 하락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9%p 낮아졌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손해액 증가율이 떨어졌고 보험료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상해 손해율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실적도 모든 손보사가 (전년대비)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오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중호우와 휴가 차량이 증가하는 계절성 요인이 하반기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압박이 심화돼 추가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에 따라 실손의료 보험료 인하를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고가의 검사비, 신의료기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기획위는 이에 따라 건강보험 확대에 따른 보험사들의 반사이익을 보험료 인하 형태로 환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정부 기조 속에서 손보사들이 보험제도 개선과 보험료 인상으로 상반기 실적을 견인한 만큼 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저항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이에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인하 카드를 먼저 꺼냈다. 필수 가입 보험이라 손해율이 개선될 경우 이를 환원해야 한다는 압박에 더해 서민 물가 안정을 바라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들도 이에 맞춰가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8월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평균 1.6%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보험료를 인하했다.
지난해 연말 한 차례 보험료를 내린 삼성화재는 추이를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는 평균 2.3%을 인하한 바 있다. 아직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은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KB손해보험은 보험료 인하를 계획하진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쟁사의 행보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손을 대려하는 실손의료 보험료는 합의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보다 도수치료와 영양주사 등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비급여 항목의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집계한 지난해 실손보험부문 손해율은 131% 수준이다. 해당 부문이 적자를 보이고 있어 보험료 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료 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데다, 대형사들 중심으로 보험료 인하가 이루어지고 있어 손보사의 하반기 실적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을 담당하는 또다른 연구원은 "비급여 의료비 통제 정도에 따라 (손보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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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1일 11:35 게재]
주요 손보사 상반기 실적·손해율 전년대비 개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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