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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도태의 기로에 놓인 올 하반기, 주요 증권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미래에셋대우 등 자기자본 기준 5대 증권사 CRO들은 하반기 긍정적인 증권 업황을 기대하며, 초대형IB에게 허용되는 신규 업무가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채권 평가손실은 증권사에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2015년 홍콩 H지수(HSCEI) 폭락 사태 이후 활기를 되찾았지만, 기초자산 쏠림 등 유가연계증권(ELS) 관련 우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16일 인베스트조선이 주요 증권사 CR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대 증권사 CRO들은 우선 증권업황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증시 호황으로 인해 거래 대금이 늘어 우선 중개(brokerage) 수수료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비중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증권사의 수익원 중 하나다.
거래 대금 증가는 중개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ㆍ자산관리(WM)ㆍ투자은행(IB) 등 다른 부문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생기는 IB 거래나 인수금융 수익 등 개별 증권사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신규 사업을 향한 기대도 컸다.
이만열 미래에셋대우 CRO는 "증시 호조에 따라 하반기에도 증권업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본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정립이 가시화돼 증권업종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반기에는 초대형 IB 신규 업무의 성공 여부가 증권사의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 초대형 IB 인가를 받으면 어음을 발행해 8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 평균 마진을 보수적인 수준인 150bp(1.5%)로 가정하더라도 연 1200억원의 추가 이익과 연 3%포인트 내외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이 예상된다.
이들 증권사는 신규 업무를 조기에 정착해 사업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심사 및 위험 관리 역량 개선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기자본 7조원 시대를 연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한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사업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초대형 IB 신규 업무 중 기업대출 영역의 이익 기여도는 당분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적정 신용 비용(credit cost)을 감당하며 순이자마진(NIM)을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신규 업무를 위한 초기 투자비용과 은행 대비 높은 수신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이 안정되기까지는 4~5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염상섭 NH투자증권 CRO는 "단기금융업(기업어음) 자체가 수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기업금융 역량과 자산 운용 역량이 수익의 크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 위험 관리 경험이 없는 증권사가 단기간 내에 자산을 급격히 늘리다가는 대손충당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대출은 3~4조원 이상의 자산이 누적돼야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CRO들은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금융상품 등 증권사의 기존 사업 영역과의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할 방침이다.
증권사 IB 부문 이익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때문이다. ELS 관련 우려도 여전하다. 홍콩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ELS 발(發) 증시 충격이 되풀이될 수 있어 신규 발행 및 상환 현황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영삼 KB증권 CRO는 "하반기 긍정적 요소로는 ▲IB 수익 증대 ▲거래량 증가 ▲ELS 조기상환 증가 등이 있고, 부정적 요소로는 ▲대형 PF 감소 ▲채권평가 손실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수익 측면에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출렁였던 채권 금리는 당분간 횡보할 것으로 CRO들은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유럽 주요 국가도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상승 요인이 많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함에 따라 새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계속 펼칠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에 의한 외국인의 움직임은 단기적인 금리 상승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 상승과 통화 정책 변화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채권 만기(duration)를 짧게 운용하면서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김남준 삼성증권 CRO는 "급등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시그널에 대한 경계, 한국과 미국의 경제지표의 개선세 확인,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의 움직임보다는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여파를 CRO들은 더 경계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꾸준히 올랐던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권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과 유럽의 긴축 정책 시행으로 브릭스(BRICs) 등 신흥국 자금 유출 현실화 등 변동성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축소는 금리 인상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시중 자금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 효과를 내서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채권 평가손실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 가시적인 대응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에 부담을 느끼는 CRO도 있었다.
이해욱 한국투자증권 CRO는 "최근까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던 양적완화정책이 각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본격적으로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상승하였던 자산가격의 하락과 변동성 증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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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6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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