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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간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 운영을 놓고 정부의 인가 절차가 진행중이다. 현재 글로벌 항공사간 활발히 결속되고 있는 JV는 세계 항공업계의 트렌드이자 대세이다. 태평양 노선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 항공사들이 JV 2개를 운영중이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JV가 가세되면 한미일 3국 항공사의 태평양 노선 JV 3파전으로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6월 2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에서 태평양 노선 JV 정식 협정을 체결한 뒤 최근 양국 정부에 조인트벤처 시행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양사는 협정에 따라 ▲태평양 노선에서 공동운항 확대에 의한 경쟁력 강화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서 공동 판매 및 마케팅 확대 ▲핵심 허브 공항에서의 시설 재배치 및 공유를 통해 고객들에게 수하물 연결 등 일원화된 서비스 제공 ▲마일리지 서비스 혜택 강화 ▲여객기 화물 탑재 공간을 이용한 태평양 노선 항공화물 협력 강화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JV 제휴 결실을 맺게 된 데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공이 컸다. 2000년 당시 조 회장은 델타항공에 직접 동맹체 제의를 했고 이로 인해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4개사가 참여해 스카이팀이 창설됐다. 이 때 결성된 스카이팀 동맹체가 현재의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JV로 발전됐다.
조양호 회장은 이번 JV가 단순히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이익으로만 귀결될 것이 아닌, 좀 더 큰 그림에서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JV 추진 초기에는 난항이 이어졌다. 민감한 사안인만큼 양국 정부 부처에 대한 설득은 기본이고 상호간의 이해도 복잡하게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간 최적의 합의를 위한 공방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조양호 회장은 태평양 시장에 이미 타사들의 JV가 자리매김함에 따라 대한민국의 항공 시장과 양사가 처해 있는 상황 자체에 주목했다. 태평양 노선에는 2011년부터 일본의 대표 항공사인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가 각각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과 JV를 결성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환승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천공항이 위상이 약화했고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경쟁력도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환승 수요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일 수도 있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태평양 노선에서 JV를 시작할 경우, 일본으로 향했던 환승 수요를 인천공항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양사간 스케줄 다양화 및 고객 편의 향상 등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환승 수요를 확대해 양국의 허브 공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조양호 회장은 JV 협약식 체결에서 “양사간 조인트 벤처 협력은 편리한 연결 스케줄 제공을 비롯해 소비자 혜택을 크게 증진시킬 것”이라며 “올해말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장과 함께 인천공항 환승 수요 증가를 이끌어, 허브 공항으로서의 경쟁력 및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JV 시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이미 핵심 요소인 반독점면제 권한을 미국 교통부로부터 취득했다. 반독점면제란 기업간의 협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때 반독점법 적용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반독점면제 승인을 받은 경우, 타 경쟁업체들의 법적 제소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2년 미국 교통부로부터 반독점 면제 권한을 취득했으며, 2007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제휴에 대한 승인을 이미 취득한 바 있다.
다른 항공사들의 JV의 경우 반독점면제 승인을 신청하면서 JV 협정(Agreement) 서류를 함께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양사는 반독점면제 승인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부속 협정인 JV 협정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게다가 별도의 승인 절차도 없으며, 미국 교통부에서 특정 기간동안 이견 제시가 없을 경우 승인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공사간 JV를 통해 소비자 편의가 증대된다는 점을 인정해 대부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 교통부가 불허한 사례는 지난해 11월 콴타스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의 JV 1건뿐이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이 같은 JV 심사가 처음이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제휴 관련 승인을 취득한 상황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 후 문제없이 승인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양사는 전망하고 있다.
양사의 JV로 인해 노선 및 스케줄이 다양화되는 한편 운항편 증대, 환승 시간 축소, 일원화된 서비스 등 소비자 혜택 확대에 따라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환승 수요가 늘어나, 인천공항이 동북아 핵심 허브 공항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등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 대한항공과 스카이팀 전용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장할 경우 소비자의 편의성이 한층 더 확대돼 환승 수요 증가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태평양 항공노선 놓고 대한항공-델타 등 JV 3파전 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