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분 팔아야 할 이유만 늘어나는 삼성생명
입력 17.08.02 07:00|수정 17.08.03 12:22
[취재노트]
  • 금융당국의 눈이 다시 삼성 금융사로 향하고 있다. 그룹 소유 구조 문제와 회사 자체 건전성 문제, 여기에 여론까지 맞물리면서 압박의 강도는 커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도 그룹 총수의 부재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 좁혀오는 포위망을 빠져나가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7일 금융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삼성생명에 대한 특혜 의혹은 과거보다 무게가 실렸다.

    금융당국에 강경한 조치가 요구된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자리에서 "보험업 감독규정을 20년 넘게 그냥 두면서 삼성 특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직권 개정으로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의 버티기에 금융위의 어깨만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삼성금융사 특혜논란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소위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지난해 재발의 된 상황이다. '삼성생명법'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중기적으로 처분토록 하겠다는 게 주된 의도였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자산운용비율이 3%를 넘으면 보험사는 초과지분을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자산운용비율은 총자산에 대한 계열사의 주식·채권 소유액 비중을 의미한다.

    타 금융사와 달리 보험사만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취득 원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시장에선 보험사만 이를 달리 평가하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에 대한 혜택을 삼성 금융사만 누리고 있다는 점은 더욱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로 평가할 경우 삼성생명은 수십조원 규모의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약 5600억원에 불과하지만, 시가로 산정하면 약 25조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인 268조원의 9.3%에 달한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원가와 시가 간 왜곡은 심화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표류하면서 삼성생명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보유 지분율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현행법에 따라 삼성전자 대주주로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금융그룹 통합 감독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또 다른 압박 요인까지 생겼다. 통합 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계열사 출자금을 자본으로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그룹의 지배구조와 관계없이 회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지분 매각을 결정한다고 해도 삼성생명에겐 쉽지 않은 문제다.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조 단위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도 남아있다. 지분을 일시에 처분하는 것보다 수번에 거쳐 나눠 균등 매각할 경우 배당 규모는 줄어든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금융위와 사전 협의까지 거쳤으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두고 이견이 생겨 결국 전환 계획 자체를 백지화 했다.

    이처럼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회사는 전방위적으로 옥죄어오는 규제들을 타개할 뾰족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대한 판단은 그룹 지배와 맞물려 있어 그룹 총수의 승인이 불가피하다. 이 부회장의 부재는 이런 상황은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이 버티면 버틸수록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할 이유만 늘어나고 있어 얼마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삼성생명의 지난 21일 주가는 5년 중 최고가인 13만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체 실적개선과 삼성전자 주가 상승과 더불어 삼성전자 지분 처분 후 배당 재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