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특화證, 수익성 '그저 그렇네'…보완 필요해
입력 17.08.03 07:00|수정 17.08.03 07:00
도입 전 후 IB 수수료 43억원 증가에 그쳐...당초 예상치 하회
펀드·채권 운용 시 인센티브 미미
금융위, "추가 대안 논의 중"
  •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이하 중기특화증권사)가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진 '계륵'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이선스에 주어지는 특혜(인센티브)가 너무 적어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센스 유지 조건은 까다롭다는 평가다.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업금융(IB)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작년 4월 도입된 제도다. 현재 6개사(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가 중기특화 증권사로 활동하고 있다.

    IB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에 비해 중기특화증권사들의 실질적 IB 수익 증가 폭은 아직 크지 않다. 중기특화증권사 5개사(12월 추가 선정된 KTB투자증권 제외)의 IB수수료 (인수 및 주선수수료, 매수 및 합병 수수료 합산) 총합은 2016년 기준 974억원으로, 중기특화 증권사 지정 전인 2015년(930억원)에 비해 4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증가분마저도 중기특화증권사 라이선스 덕을 봤다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당초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되면 각 사당 연 40억~60억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센티브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당초 중기특화증권사에게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지원 및 영업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유인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인수합병(M&A) 펀드 운용사 선정시 우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회사채담보부채권(P-CBO) 발행 주관사 선정시 우대 등이 대표적 예다.

    중소기업 M&A 펀드 운용사 선정 관련 실적은 지난 1년간 극히 미미하다. 한국성장금융이 지난해 12월 '성장전략 M&A 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중기특화 증권사 분야를 신설한 정도다. 당시 4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키움증권이 350억원을 운용하는 중기특화 분야 운용사로 선정됐다. 일반 분야 경쟁률은 7대 1이었다. 이 외에는 산업은행이 올해 '2017 PE·VC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시 소형운용사 2개사 중 1개사를 중기특화증권사만 입찰할 수 있도록 한 정도다.

    P-CBO 발행 주관사 선정 시 자기자본 3000억원, 총자산 1조원이라는 진입 장벽을 없앤다는 혜택도 중기특화 증권사 입장에서는 그리 큰 혜택이 아니다. 일반 회사채를 주관할 때보다 할 일은 많은데 증권사들이 챙기는 수수료는 많지 않은 탓이다. 우선 일반회사 30-40곳을 편입하는 유동화 증권의 특성상 IB 인력들은 발행사와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한다. 이에 반해 일반적으로 P-CBO 발행 수수료는 회사채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되기 전부터 큰 기대는 없는 분위기였다"며 "여러 인센티브가 주어진 건 사실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 영양가 있는 혜택은 아니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중기특화 라이센스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있어봤자 크게 도움 안 되는 '계륵' 정도라는 의미다.

    특별하지 않은 인센티브에 비해 자격 유지 조건이 지나치게 세세하고 많다는 것도 문제다. 중기특화증권사들에 대한 정량적 평가 기준은 △코넥스시장 지정자문인 △IPO △유상증자 △채권 발행 △M&A 자문 △유가증권 장외거래 중개 △직접투자 △지원펀드 운용 △온라인소액투자중개 투자·조달 등 8개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 업무 전문 인력을 갖췄는지, 시장참여 의지가 있는지 등 정성 평가 항목도 만만치 않다. 중기특화증권사들은 해당 요건에 의해 1년마다 중간평가를 받고, 2년마다 재선정된다.

    중기특화 증권사들은 인센티브를 더욱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는 펀드 금액을 자신들에게만 할당해 입찰하는 중기특화 전용분야를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자금 융통 범위가 넓어지면 이를 통해 추가적인 IB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추가적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들의 입장과 여러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서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도도 논의하고 있다"라며, "8월에 발표할 중간평가 때 자세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6월에 예정되어 있던 현 중기특화증권사들의 중간평가 결과는 8월에 있을 일자리위원회의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 종합대책'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