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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수시로 임원진을 교체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지급여력비율(RBC)비율 하락으로 곤란을 겪었던 점을 이유로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본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개선 없이 문책성 인사만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자로 흥국생명 상무급 임원 6명이 사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6명의 상무급 인원이 퇴사한 이후 3개월만에 다시 대규모 임원진 교체가 진행됐다.
이번에 퇴사한 임원의 상당수는 지난 상반기 악화된 RBC비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RBC비율 하락으로 일부 은행에서 상품 판매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96%수준이었던 흥국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45%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자회사인 흥국화재와 연결 RBC제도를 쓰면서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올해 1분기에도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148%에 그쳤다.
이에 지난 5월부터 주요 은행들은 흥국생명을 포함해 RBC비율이 150% 이하인 보험사 총 3곳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가입금액 5000만 원 이상의 저축성보험 상품이 그 대상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조치는 은행 의존도가 높았던 흥국생명으로선 타격이 컸다. 작년 기준 신규 보험판매의 45%를 방카슈랑스가 차지한 바 있다. 올해 5월말까지도 587억원 중 44%수준인 255억원을 방카슈랑스가 판매로 채웠다.
회사는 3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과 15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RBC비율을 150%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3월 1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조달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증권신고서를 하루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RBC비율 하락, 자본확충 실패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임원들에게 돌아갔다. 지난 6월 사임한 인사를 살펴보면 경영기획실과 투자금융담당, 방카영업담당, 리스크관리 등을 담당하던 임원진이 모두 퇴사했다. 모두 임원 임기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임원들의 연이은 사임에 대해 흥국생명은 "개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입장은 다르다. 회사 상황이 악화되면 담당 임원에 책임을 물었던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엔 설계사, 대리점, 텔레마케팅 등 영업본부장이 한꺼번에 퇴사했다. 순이익 하락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년간 20여명의 상무급 임원진이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2014년까지 4년간 임기를 지낸 변종윤 전 대표가 오기 전에는 5년간 대표이사가 6명이 교체된 적도 있다. 이에 경영상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임원만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후 계열사로 이동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0월 입사한 한 상무급 임원은 5개월만인 지난 3월 흥국화재로 자리를 옮겼고 경영지원실장이 4개월 만에 티브로드로 이동되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꼬리짜르기는 악명 높다"면서 "고위급 임원들 사이에서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경영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일반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어서 내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RBC비율을 높이고 고정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속채널 지점 140개를 80개로 축소했고, 지점 통폐합을 진행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지점장들의 직위를 해제하는 한편, 권고사직이나 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하다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자본확충 등 근본적인 개선없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자산 매각이나 증자 등이 거론되지만,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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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6일 09:00 게재]
상반기 부진 책임 물어 지난 6월 관련 임원 사임
과거에도 문책성 인사로 비판받은 바 있어
근본적 대책 없이 직원에게 책임 전가한다는 지적도
과거에도 문책성 인사로 비판받은 바 있어
근본적 대책 없이 직원에게 책임 전가한다는 지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