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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했던 카카오 주가가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과 기관투자가들은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낼 가능성이 크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주가 상승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정식 오픈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카카오 주가는 11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31일엔 14% 급등하며 장중 한때 12만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간 카카오 주가는 8만원대에서 횡보를 거듭했었다. 7일 종가 기준 현재 카카오 주가는 11만500원이다.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과 카카오뱅크 오픈 등 이벤트성 호재를 계기로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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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들은 주가 상승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숨 고르기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란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카카오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 주가가 먼저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올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력 캐시카우인 광고 부문 매출은 2분기 성수기 효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개선세를 보이겠지만, 게임·커머스 부문에서의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세로 흘러가는 방향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현재 형성되고 있는 주가에 부합할 정도는 아니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2분기는 커머스 비수기로 카카오 선물하기나 카카오프렌즈 상품 매출은 줄어들고, 게임 부문 역시 리니지 시리즈 게임 영향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개선 속도보다 주가가 먼저 올라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카카오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 추정치는 52.87배다. 국내 동종 인터넷 업체의 PER는 13.09배 정도다. 네이버(27.15배)와 비교해도 200%가량 높다. 글로벌 피어(peer) 업체 10개사의 평균 PER은 28.0배다. 현재 회사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증권사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개별 사업 부문 별로 실적이 조금씩 나아지는 현 상황에서 주가가 8만~9만원대를 유지했어야 했다"며 "코스피 이전 상장이나 카카오뱅크 이슈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후에 실적 상승이 증명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UBS증권과 CLSA증권은 최근 카카오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매도(Sell)'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각각 7만5000원, 8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JP모건 역시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와 시너지를 내기까지 정부 규제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며 '비중축소(Underweight)' 의견을 냈다. JP모건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8만2000원이다.
이번 주가 상승을 이끈 투자자들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란 점을 고려하면 썰물처럼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은 올 4월에서야 카카오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고 그 전엔 솔직히 무관심이었다"며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인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이 적어 기관들은 이를 호재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사실상 이번 주가 상승은 개인 투자자들 덕분"이라며 "애초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에 참여하며 적은 돈을 들여 큰 홍보 효과를 보려고 했던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300억원을 출자,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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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8일 11:35 게재]
외국계 증권사, 잇단 '매도' 의견 제시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 못 따라가…'고평가'
카카오뱅크 등 이벤트성 호재로 개인 투자자만 몰려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 못 따라가…'고평가'
카카오뱅크 등 이벤트성 호재로 개인 투자자만 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