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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방산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검찰이 KAI에 대한 천억원대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한 가운데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과 과거 최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의 역할론을 향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KAI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수출입은행은 사실상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KAI 사태에 대응하고자 급하게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긴 했지만, 그 역할이 모호해 최대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수은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들을 비롯한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수은의 움직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수은은 지난해 5월 산은으로부터 한 차례 KAI 지분을 증자(현물 출자)받은 데 이어 지난달 추가로 현물 출자받으며 KAI의 최대주주(26.41%)로 올라섰다. 당시 비교적 급하게 지분이 이동하자 시장뿐 아니라 수은 내부에서조차 수은의 KAI 최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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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 지원이 주력인 수은으로선 방산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수은이 대기업의 경영을 도맡은 적이 사실상 없다는 점 ▲2015년말 감사원 감사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드러난 '애물단지' 회사 주식을 산은이 굳이 넘긴다는 점 등등 증자의 배경이 여러모로 석연치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시 수은 직원들은 증자 대상으로 한국전력 지분을 가장 원했다"라며 "KAI 지분을 증자받을 것이라곤 (수은) 내부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산은(금융위)은 대우조선 사태 처리에 여념이 없었고, 수은(기재부)은 자본확충이 시급했었다"라며 "지분을 출자하는 쪽도 출자받는 쪽도 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불거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자본 건전성 개선이 시급했던 수은 입장에선 KAI 지분이 자본을 확충해 줄 '땜질용' 장치이었던 셈이다.
산은과 수은 간의 현물 출자 거래가 시장의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KAI는 방산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이번 의혹이 분식회계 사태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수은의 최대주주 역할론은 또다시 재점화할 실정에 놓였다.
KAI는 최근의 의혹으로 어느 때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하성용 전 사장의 방만 경영으로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등 내부 견제 장치가 사라진,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한 실상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수은은 아직까지 별다른 구체적인 대응안이나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김성택 부행장이 이끄는 TF팀을 꾸리고, 비상대응 계획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을 뿐이다. 은행권 또다른 관계자는 "수은 내부에선 대체적으로 KAI 분식회계를 철저히 산은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라며 "지분을 받을 당시부터 KAI를 전담하는 인력이나 별도의 팀을 구축해 나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수은의 움직임에는 현재 은행장이 수개월째 공석인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이 취임 4개월 만에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되며 KAI 사태를 진두지휘할 수장이 없는 상황이다.
사안의 시급성으로 따져보면 KAI보다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정상화가 우선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대 지원에도 아직 유동성 위기설이 가시지 않았으며 성동조선해양은 심각한 일감 부족으로 마른 수건 짜기 식의 자구안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시장 안팎에선 수은이 KAI 사태에 크게 관여할 것이라고 보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본건전성이 국내 은행 최하위권임에도 책임지고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못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KAI의 최대주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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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8일 07:00 게재]
분식회계 정황 포착에 삼일·산은 '책임론'
새 최대주주 수은, 모호한 대처 도마 위에
새 최대주주 수은, 모호한 대처 도마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