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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이하 제록스리서치센터)이 1일 네이버랩스 유럽(NAVER LABS Europe)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네이버의 해당 연구소 인수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단연 화제다. 현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포털 기업인 네이버가 유망 기술연구소를 인수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가 제록스리서치센터를 인수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미국 제록스 본사는 해당 연구소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내놓았다. 비공개 또는 제한경쟁 형태로 추진된 매각이 아닌 만큼 다른 인수 후보자들과 눈치싸움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제록스리서치센터가 ▲머신러닝·자연어 처리 등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점 ▲본사와 연계된 프로젝트 외 다른 파트너 기업들과 진행하는 아웃소싱 프로젝트가 많다는 점 등으로 연구소에 눈독 들이는 글로벌 IT기업도 적지 않았다. 입찰전에 뒤늦게 뛰어든 네이버로선 챙겨야 할 것이 많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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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에서도 앞서지 못했다. 네이버가 제시한 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원매자도 다수였다는 전언이다. 네이버는 제록스리서치센터를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인수 최종 승인권을 연구소 내 사원협의회(Works Council)가 가지고 있어서다. 네이버가 국내에서와 달리 유럽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다 보니 연구원들이 직접 인수자를 결정하는 절차가 네이버에 불리했다는 풀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 안팎에선 이번 연구소 인수의 공은 코렐리아캐피탈(Korelya Capital)을 설립한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중소기업 디지털경제부 장관에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펠르랭 전 장관의 인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가 한국과 유럽을 바쁘게 오가며 회사를 알리고 유망 기업들에 접촉한 것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면서도 "연구소 인력들에 '네이버'라는 회사를 알리고 설득해 (네이버가) 인수할 수 있게끔 전 과정을 살뜰하게 챙긴 인물이 펠르랭 장관"이라고 전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코렐리아캐피탈에 투자하며 펠르랭 전 장관과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9월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함께 각각 5000만 유로 총 1억유로(한화 1200억원)를 출자, 코렐리아캐피탈의 1호 펀드인 'K-펀드1'에 출자한 첫 번째 기업이 됐다.
이후 네이버는 프랑스 음향 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Devialet)에 투자했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 센터인 '스테이션 F'를 설치, 유럽의 유망 벤처기업 발굴할 거점도 마련했다. 유럽에서의 활발한 행보 뒤엔 펠르랭 전 장관과 쌓고 있는 네트워킹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에서만 보면 같은 사업을 하는 카카오보다 보유 현금이나 네트워크 등이 좋지만 해외서 경쟁하는 글로벌 IT기업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어렵게 유망 기술 기업을 발굴해 작은 규모라도 투자를 추진하는 와중에 갑자기 해외 IT기업이 와서 더 많은 돈을 제시하며 가져가 놓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소 인수를 통해 네이버도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이나 투자시장에서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쌓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알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장에선 네이버가 당분간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방향을 명확히 한 만큼 이번 인수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네이버가 집중하고 있는 해외 유망 기술기업 인수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인지시켰다는 설명이다. 신사업 육성을 위한 기회비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줬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제록스리서치센터 인수작업을 올 3분기 내 완료하고, 3분기부터 연구소의 연결영업비용·실적 등을 반영한다.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사명을 바꾼 제록스리서치센터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특허 및 지적재산권(IP)의 소유권은 유지하되, 네이버와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연구기술을 공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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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6일 09:00 게재]
지난해 펀드 투자금 출자하며 연 맺어
"가격·비가격 면에서 뒤처진 네이버의 부족한 점 메워줘"
해외 M&A시장서 유리한 '네트워크' 쌓았다는 평가도
"가격·비가격 면에서 뒤처진 네이버의 부족한 점 메워줘"
해외 M&A시장서 유리한 '네트워크' 쌓았다는 평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