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5개월만에 '자본 확충 컨설팅' 재의뢰
입력 17.08.25 07:00|수정 17.08.24 18:50
이달 중 컨설팅사 선정 예정...자본 확충이 1순위
올해 두 번째 컨설팅..."보험업계 환경 변화에 따라 의뢰"
FI 투자회수· IPO 등 정면돌파 피한다는 지적도
  •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교보생명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컨설팅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또 한 번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연이은 컨설팅 의뢰에 대해 '회사가 핵심 사안을 피해가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글로벌 IB와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컨설팅 업체를 선정 중이다. 지난 상반기 5억불 규모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이어 새로운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같은 목적의 컨설팅을 종료한 이후 5개월 만이다. 교보생명 측은 "지난 컨설팅의 연장선"이라며 "급박한 환경 변화에 따라 회사도 변화하기 위해 새로운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보생명이 컨설팅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회사는 대외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 7월 교보생명은 해외에서 국내 생보사로는 최초로 신종자본증권 발행하며 5억달러를 확보했다. 최초 제시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결정될 만큼 해외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 발행으로 교보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개선되며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업을 둘러싼 투자자의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지난 2년간 IFRS 17 도입에 대응해왔던 보험사들이 올 들어 개선된 실적을 보이면서 보험업 전반 주가도 크게 뛰어올랐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는 이달 연중 최고점까지 올랐고, 다른 보험사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을 앞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경쟁사 ING생명이 유가증권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 당시 투자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재무상황과 배당을 기초로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생보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

    금감원에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따른 필드테스트(현장검증) 결과에 따른 대응도 필요했다. 금감원은 IFRS17 도입에 맞춰 현재 운영 중인 RBC제도를 대체할 신지급여력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그 결과를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이번 컨설팅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측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지난 컨설팅을 맡았던 주관사에 컨설팅을 다시 맡길 예정이다. 지난해 말 회사는 크레디트스위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삼일PWC에 컨설팅을 의뢰한 바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IB들의 컨설팅을 토대로 진행한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과를 두고 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컨설팅과 함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주관했던 주관사들에게는 사전 계약엔 없었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이달 내로 컨설팅업체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1차 컨설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만큼 교보생명은 2차 컨설팅을 통해서도 대규모 자금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이유다. 교보생명은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각기 다른 조건으로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투자기간이 10년을 넘어간 투자자도 있어 투자회수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1차때와 마찬가지로 2차 컨설팅 역시 증자와 자본 확충 이슈가 핵심 사안"이라며 "IPO도 그 방법 중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주관사 선정 계획은 아직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컨설팅으로 성과를 내긴 했지만 단기간 내에 다시 컨설팅을 의뢰해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는 점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 IB의 컨설팅 결과를 앞세워 회사가 기존 투자자들을 피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약점으로 거론되는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돌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상증자나 IPO를 진행할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그 일가의 지분율이 희석돼 자칫 경영권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글로벌 IB와 대안을 찾고 있다고 하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 증자 외엔 획기적인 방안을 내기도 어렵다"며 "FI 입장에선 시간끌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