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수익 줄어든 교보證, DLS로도 못 막은 실적 하락
입력 17.08.28 07:00|수정 17.08.29 09:18
상반기 순이익 23% 감소
공공부문 PF 수주 연기로 IB 이익 감소
DLS, CDS 판매 증가로 파생상품 이익 개선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소형사 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던 교보증권이 올 상반기엔 주춤하는 모습이다. 성장의 기반이 되어온 PF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게 타격이었다.

    파생결합증권(DL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관련 부문이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 전체적인 실적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모기업인 교보생명이 자본확충과 주주구성 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핵심 자회사인 교보증권의 실적 하락세가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보증권은 올 상반기 기준 4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33억원) 대비 16% 감소한 모습이다. 상반기 순이익은 472억원에서 366억원으로 23% 줄었다.

    IB 이익은 줄고, 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늘어난 양상이다. 올 상반기 기준 교보증권의 영업 수익 중 OTC 및 채권 부문의 수익 비중은 24.4%로, IB 수익 비중(21.1%)을 넘어선다. 2015년만 해도 IB 수익 비중은 33.3%로 OTC 및 채권 부문(11.5%)의 3배에 달했다.

  • 교보증권은 최근 3년간 중소형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증권사였다. 2012년 1.8%, 2013년 1.9%에 머물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 2015년 12.1%로 올랐다. 지난해에도 ROE는 8.7%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런 수익성의 일등공신이 IB부문이었다. 교보증권은 부동산PF를 필두로 항공기금융 등 비전통적인 IB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2015년 IB 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1041억원에 달했다. 연간 IB 수익이 1000억원을 넘긴 건 자기자본 1조원 안팎 중소형 증권사 중 유일하다. IB 부문이 탄력을 받으며 2012년 40%에 달했던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 29.8%로 떨어졌다.

    이렇게 수익을 이끌던 IB 부문이 위축되자 전체적인 실적이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주력 수익원이었던 공공부문 PF 사업 수주가 연기된 게 주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 탄핵, 대선 등 정국 변동 탓에 사업 결정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5월 대선 이전에는 정부가 구성이 안 된 상태라 딜이 연기된 측면이 있었다"며 "하반기에 다시 (딜에) 진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결합증권(DLS)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 판매 증가로 파생상품 이익이 개선됐지만, IB 부문 실적 위축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교보증권은 올 상반기 사모형 DLS의 판매가 활발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1조2008억원이었던 교보증권의 사모형 DLS 발행잔액은 24일 기준 2조 276억원으로 약 70% 늘었다. 이 중 리스크와 수익률 모두 높은 원금비보장형 DLS 발행잔액도 같은 기간 3535억원에서 9621억원으로 대폭 뛰었다. 증권사 전체 기준으로 원금비보장형 DLS 발행량이 크게 늘지 않은 것과는 사뭇 다른 추세였다.

    CDS 실적 확대는 백투백(back to back) 거래의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백투백 거래는 다른 증권사에 일부 수수료를 주고 헤지 운용에 따른 손익과 리스크를 함께 넘기는 방식을 말한다. 교보증권은 "주로 해외IB발 상품을 국내 투자자들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이슈는 교보증권의 실적 하락세가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면 성장성의 한계로 인한 것이냐다. 교보증권의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은 여전히 자본확충과 주주 구성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분간 교보증권은 증자 등 대주주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 연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면 핵심 자회사인 교보증권의 수익성도 교보생명의 가치에 반영되게 된다. 다양한 재무적투자자(FI)의 존재로 인해 교보생명이 무사히 상장을 마치려면 공모가를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PF에 크게 관심없던 은행계 증권사들도 최근 경쟁에 뛰어드는 등 영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당분간 자력으로 성장해야하는 교보증권 입장에선 기존 수익원을 단단하게 지키거나 새 수익원을 개발할 필요성이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