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여행업 등으로 추가 펀딩 시도...시큰둥한 PEF들
입력 17.09.05 07:00|수정 17.09.06 09:18
KKRㆍ앵커 컨소, 티몬 자체에 넣어준 자금은 800억에 불과
GICㆍ시몬느운용 등 합쳐도 겨우 2000여억...쿠팡의 1/6 미만
"1조 이상 넣은 쿠팡도 적자인데...티몬에 얼마를 더 부어야?"
티몬투어 투자자 유치...대형 PEF들 반응 여전히 '시큰둥'
  • 한때 '소셜 3사'로 불린 쿠팡ㆍ티몬ㆍ위메프의 성패는 자본시장의 오랜 관심사다. 블랙록ㆍ소프트뱅크에서 KKRㆍ앵커파트너스ㆍ싱가포르 투자청ㆍ그리고 한화생명 및 시몬느자산운용 등 쟁쟁한 투자자들이 수년간 투자했다. 그러나 대규모 적자는 여전하고 이들의 투자가 옳은 것이었느냐는 '채점되지 않은 성적표'처럼 남아 있다.

    가장 관심 받는 회사는 티몬. 최근 기업공개(IPO) 검토부터 여행사업부 투자유치까지 외부자금 수혈 시도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이 그닥 좋지 않다.

    ◇KKRㆍ앵커파트너스, 구주만 매입하고 약 4000억 투자

    티몬은 리빙소셜, 그루폰 등을 거쳐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라는 KKR이 주주로 참여했다. 그러나 주인 손바뀜만 잦았을 뿐 알려진 바에 비해 티몬 자체로 투입된 자금은 매우 미미하다. KKR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티몬에 집어넣은 돈은 약 800억원 가량에 그친다.

    지난 2015년4월19일. KKR-앵커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직전 최대주주인 그루폰(Groupon Trailblazer)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특수목적회사ㆍSPC)를 설립, 이를 투자대상으로 만든 뒤 이를 채널로 삼아 티몬 구주를 사들였다.

  • 당시 미국 그루폰은 페이퍼컴퍼니인 '리빙소셜코리아'(Living Social Korea)를 통해 티몬 지분 100%를 보유했다.  KKR와 앵커파트너스는 우선 투자주체로 내세우기 위해 '몬스터 파트너스'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

    이후 그루폰과 KKR컨소시엄은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인 '몬스터 홀딩스'를 설립, 이 회사가 티몬 구주를 보유하고 해당 회사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티몬 경영권 매각을 진행했다. 즉  KKRㆍ앵커컨소시엄이 '몬스터 파트너스'를 통해 '몬스터 홀딩스'에 3억6000만 달러를 출자하고 몬스터 홀딩스 지분 7200만주를 받아간다. 그루폰은 보유하고 있던 '리빙소셜코리아→티몬' 지분 100%를 몬스터 홀딩스에 매각하고 대신 현금 2억8500만 달러와 몬스터 홀딩스 주식 6400만주(현금가치로 3억2000만달러)를 받았다.

    이로써 양사는 7200만주 : 6400만주 비율로 티몬을 지배하는 최상위 회사인 몬스터 홀딩스의 지분을 나눠 가지게 됐다. KKR컨소 : 그루폰의 지분율 46%:41%는 이렇게 마련됐다. 나머지 13%는 스톡옵션 등의 형태로 추후 성과에 따라 티몬 임직원에 발행될 수 있다. KKR컨소에게 발행될 지분 가운데 200만주는 신현성 대표에게 발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KKR 2명 : 앵커 2명 : 그루폰 1명 : 신현성 대표 및 신 대표가 지정하는 이 1명으로 구성되도록 했다.

    단순화하면 티몬 지분 100% 의 값어치를  '6억500만 달러'(현금+주식)으로 평가한 후  지분 절반을 그루폰이 KKR 컨소시엄에 넘긴 거래다. 일각에서는 당시 티몬 가치가 7억8200만달러에 산정됐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페이퍼 컴퍼니 지분 46%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을 역산해 나온 수치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작 티몬 회사 내부로 들어간 돈은 75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화 약 800억원 가량. 달리 말해 KKR-앵커가 마련한 돈 3억6000만 달러 가운데 그루폰으로부터 구주를 매입하느라 쓴 돈을 제외하고 남은 돈만 2015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입됐다.

    불과 1년여전에 그루폰이 리빙소셜로부터 티몬을 인수한 가격이 2억6000만달러. 결국 결과만 놓고보면 최초로 리빙소셜에 티몬을 매각했던 신현성 대표와 비슷하게 그루폰만 1년만에 3배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티몬의 추가 투자유치 노력 여전...."얼마나 더 부어야?"

    최대주주가 된 직후부터 KKR-앵커 컨소시엄은 계속해서 외부투자자 추가 유치를 진행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1년 가까이 투자자들을 모집하러 다녔으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를 운영하는 SK측에도 투자 등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지지만 정작 SK도 SK플래닛 외부투자 유치를 단행해야 하는 터라 손사래를 쳤다는 후문이다. GS홈쇼핑 등에도 다수 투자나 인수 검토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간신히 모은 투자자가 KKR 컨소시엄의 펀드 투자자(LP)인 싱가포르 투자청(GIC)으로, 우선주 형태로 800억원을 추가 투자 받았다. 이어 올해 시몬느자산운용 500억원이 전부다. 이는 한화생명이 주력 투자자(LP)로 참여한 블라인드펀드 형태로, 시몬느 본사보다는 시몬느운용과 KKR의 친밀한 관계가 투자의 배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티몬은 이를 올해 4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1300억원의 투자유치를 단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때 NHN엔터테인먼트가 5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는 보통주 전환(2016.7.1~2017.1.26)이 가능하고 조기상환 청구권ㆍ리픽싱 조건이 달린 47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다.

  • 항상 티몬과 비교되어 온 쿠팡은 사정이 다르다. 손정의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약1조원)을 투자하기로 확약한 후. 실제로 2015년내 대규모 유상증자가 단행, 9200억원이 넘는 자본증대가 이뤄졌다. 말 그대로 1조원 가량이 회사로 들어갔다.

    반면 티몬은 지금도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6년 3월에 지배기업이자 페이퍼컴퍼니인 '리빙소셜코리아'를 티몬과 역합병 형태로(동일지배하의 사업결합 형태 회계처리) 합친 후 무상감자와 무상증자 등을 단행하면서 -2000억원이 넘던 자본총계를 +2600억원으로 바꿔놓았다. 이후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테슬라 요건을 활용한 기업공개(IPO)가 거론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금융위와 거래소의 테슬라 요건 상장에 대한 의지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면서 IPO를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이어 최근에는 티몬 내에서 그나마 흑자를 보인다는 여행사업부에 수천억원의 외부투자를 받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쯤되면 제기되는 의문이 있다.

    "1조원 훌쩍 넘는 현금이 쿠입된 쿠팡도 여전히 대규모 적자 행진 중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2000억원 남짓만 투입된 티몬에 몇천억원이 더 투입한다고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까". 티몬에 대한 신규 투자가 효과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한국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아마존 모델...앵커파트너스 트랙레코드에 큰 영향

    물론 쿠팡과 티몬이 완전히 동일한 회사도 아니고 추구하는 성장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티몬투어' 투자 유치방안이 거론되는 날, 회사측은 "티몬의 슈퍼마트-스토어-여행업 가운데 여행부분이 가장 수익성이 높으며 적년말부터 올해까지 2개의 여행관련 스타트업을 붙여 서비스 하고 있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투자금액 대비 '총거래액'(GMV : Gross Merchandise Volume)을 따지는 전자상거래 업체 밸류에이션의 추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티몬의 투자밸류가 더 낮다는 평가도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 자금을 댈 수 있는 대형 PEF들의 티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다. 최근까지 정식 투자제안이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내로라하는 국내 블라인드 PEF들의 반응은 "경영권도 없는 티몬투어 투자라면 전혀 관심 없다", "KKR이 들어가 있지만 상당한 리스크를 감내하고 들어가야 하는 투자다"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한때 쿠팡이나 티몬 등이 자주 내세운 이른바 '아마존'의 성장모델도 국내에서는 더 이상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빠르게 성장하고 점유율을 높인다" (Get Big Fast)전략을 통해 7년간의 적자를 감내해 현재의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 국내 시장에서는 소셜을 사실상 버린 쿠팡ㆍ티몬ㆍ위메프 등과 외부투자를 유치하려다 차가운 반응을 얻고 있는 11번가 등 오픈마켓 사업자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어졌다.

    무엇보다 아마존은 수년간 적자과정에서도 현금흐름(FCF)는 +를 기록했고, 이를 투자금으로 활용한 전례가 많다. 투자금을 받아 계속 불쏘시개로 쓰고만 있는 국내 업체들과는 다르다.

    티몬이 최근 쿠팡 창립멤버였던 유한익 CBO 등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지만 '소셜커머스' 시절만큼의 충격적이고 시장에 화제를 불러일으킬만한 테마가 없으면 냉랭한 자본시장의 시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티몬 투자 여파가 기존 주주들에게 미칠 여파에는 차이가 있다.

    대규모 투자로 비춰지지만 사실 KKR-앵커파트너스의 티몬에 대한 투자는 약 4000억원 가량에 그친다. 회사당 2000억원 수준인데 10조원대 아시아 펀드를 모집해 운용중인 KKR 입장에서 보자면 미미한 규모다. 반면 앵커파트너스는 다르다. 최근 마무리한 경남에너지 매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성공사례가 없는 앵커로서는 티몬 투자의 성과가 회사의 레퓨테이션과 트랙레코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