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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은 2015년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중 절반에 해당하는 구역에 대한 사업권을 획득했다. 5년 간 임차료로 4조1400억원을 내겠다는 계약 조건도 동반됐다. 신라면세점이 써낸 임차료보다 3배나 많았다. 한창 급증하던 중국인 관광객 수를 고려하면 '과도하지만 감당할만한 수준'이란 게 롯데의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호텔롯데 상장, 그룹 지주사 전환이란 큰 청사진을 고려하면 그다지 아깝지 않은 '비용'이었다.
불과 1년반만에 임차료는 독으로 변했다. 상징성 차원에서 들고 있는 공항면세점은 보통 적자가 나기 일쑤다. 면세 업체들은 이 적자를 시내면세점 이익으로 메꾼다. 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 급감으로 시내면세점마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롯데는 지난해 공항면세점에서만 1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올 한해 전체 영업적자는 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올 3월부터 줄곧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차료를 연간 매출의 30% 수준인 3000억원까지 감면해달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반년이 지나도록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공항 면세점 임차료를 감액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추징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감액 외엔 차선책이 없다는 롯데는 철수 위약금을 지불하고서라도 다음달에 발을 빼겠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의 사정은 업계 전체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급감했고, 신규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 확대됐다. HDC신라면세점이 올 상반기에 신규 사업자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20배나 오른 특허수수료와 여행사들에 지급하는 판매촉진비가 재무제표에 아직 반영이 안 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임차료를 견디지 못해 올 연말 철수를 앞두고 있다. 두산의 두타면세점은 전시도 못 하고 버려지는 악성 재고자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세계는 명품 유치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매출을 최대한 부풀린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에만 300억원 적자를 본 롯데면세점마저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라며 "올 연말 신규 사업자들이 일제히 한해 비용을 회계처리하게 되면, 자진 철수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를 납부할 수 없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차료 액수나 산정 주체를 떠나 야기된 갈등은 해결이 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업계나 공항공사는 자신들의 명분만 내세우며 잇속을 챙기려는 모습이다.
롯데의 대응안은 '임차료 감면'으로만 국한되고 있다. 일부 장사가 잘 되는 구역에 한해 사업을 철수하거나 한시적인 철수를 공항공사 측에 제안하는 절충안은 안중에 없는 모습이다. 공항공사의 속사정도 한꺼풀 벗겨보면 한해 매출의 40%가 면세점 임차료에서 나온다는 점이 크게 자리한다. 추징에 대한 걱정보다는 알짜 수익원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느라 주저하는 모습이다. 양 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향후 공항 면세점 재입찰이 진행될 때를 감안해 주도권을 미리 쥐려는 알력다툼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작년 초를 기점으로 면세 업계는 많은 홍역을 치렀다. 신규, 추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은 아직까지도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관여되면서 사업자들이 난립하게 된 지금의 시장 구조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관련업계는 이번만큼은 시장의 질서를 흐리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료 지급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라고 있다. 갈등의 주체들은 정부, 업계가 손발을 맞추지 못한 대가로 세계 3위의 롯데가 소공동점 사업권을 잃을 뻔하고, 20년 넘게 면세점을 운영해 온 SK네트웍스가 워커힐점 사업권을 반납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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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6일 07:00 게재]
[Invest Colu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