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들은 줄이는데...파생상품 판매 늘리는 중소형 증권사
입력 17.09.08 07:00|수정 17.09.08 09:24
연초 대비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 감소...ELS 감소 영향 커
중소 증권사 추세 역행...DLS 중심 성장
"중소 증권사, 대형사 없는 틈새시장 공략할 수밖에 없어"
  •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파생결합증권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파생상품 판매를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리인상‧북핵리스크 등 외부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형사들은 몸을 사리고 있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이들이 빈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ELS 및 D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은 연초에 비해 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의 총 발행잔액은 95조7016억원으로, 올해 초(1월2일 기준)의 101조576억원에 비해 5.3% 감소했다. ELS 발행잔액이 68조9725억원에서 60조로 8조 가량 감소한 영향이 컸다.

    대형 증권사들도 'ELS 감소로 인한 파생상품 축소'라는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자기자본 5위 이내 대형 증권사 중 4곳(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하락세고, 5곳 모두 파생결합증권 중 ELS 발행잔액은 줄었다.

    미래에셋대우의 ELS 발행잔액은 연초에 비해 19%(2조9334억원) 줄어든 12조8065억원에 그쳤다.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도 1조 가량 ELS 발행규모가 줄었다. 한국투자증권만 ELS 발행잔액은 줄었지만 DLS 발행이 증가해, 전체적 파생결합상품 잔액이 늘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같은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오히려 DLS 발행이 늘면서 파생결합상품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사 중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IBK투자증권이 연초에 비해 발행잔액이 늘었다. 이들은 자기자본 5000억원~1조원 대의 증권사다.

    교보증권의 경우 특히 DLS 판매가 활발해졌다. 발행잔액 1조2000억원에서 2조610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71% 증가했다. 특히 원금 비보장형 사모 DLS의 경우 3535억원에서 9621억원으로 세 배 가량 늘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유안타증권도 DLS 발행잔액이 4682억원에서 1조709억원으로 대폭 증가해, DLS 중심의 성장을 보였다. IBK투자증권과 신영증권도 파생상품 발행잔액이 2000억가량 늘었다.

    홍콩H지수가 회복되는 등 ELS 시장이 안정화 되면서 대응 전략이 두 가지로 갈린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동안 롤 오버(만기연장) 되어있던 파생상품 물량을 회수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단 발을 빼는 회사들과 또다시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회사로 나뉜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보수적 움직임을 보이는 대형사들은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상반기에 코스피200, 홍콩H지수 등 파생상품에 연계되는 지수들이 충분히 오른만큼 더 이상의 투자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하반기 금리인상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출구전략, 북핵리스크 등 증시 활황의 지속성이 꺾일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보수적 기조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 위주로 밀어주는 시장 분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더욱 공격적으로 발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사들이 상대적으로 신경쓰지 않는 니치 마켓(niche market‧수요가 비어있는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4년 간 중소형사들이 대형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찾아낸 영업분야가 부동산PF와 ELS 등이었다"라며 "이들은 해당 부분이 약화됐을 때의 대체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