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가 우선' 자체 역량 강화엔 관심없는 대신證
입력 17.09.20 07:00|수정 17.09.19 18:12
외인아파트부지 개발 사업에 총력...F&I 지원 '최우선'
그룹 중추역할 했던 증권 업무 약화...IB 인력도 유출
대신증권 싱가포르 법인 설립 계획도 미뤄져...증권 지원 '최소화'
  • 한남동 외국인 아파트 부지 개발사업에 대신금융그룹이 온 역량을 쏟으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대신증권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실무진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싱가포르 법인 설립도 보류했다. 증권사의 우선 순위가 F&I와 부동산의 축으로 기울면서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대신F&I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개발 사업은 올해 대신 금융 계열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대신F&I는 6200억원 규모의 주거용지를 매입했고, 한 채당 50억원에 이르는 최고급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예상 사업 규모만 총 1조5000억원이다.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던 대신증권도 올들어 F&I를 지원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남동 부지 개발 사업을 위해 대신증권은 1조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선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대신F&I의 부동산 매입이나 후순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사모 부동산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신F&I 지원에 힘을 쓴 나머지 투자은행(IB), 상품운용 등 기존 업무에선 제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증권 내부에선 '부동산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대신F&I에 대한 협업 혹은 지원이 대신증권의 최우선 과제가 된만큼 자체적인 사업은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신규 투자건도 반려하는 게 다반사"라고 언급했다.

    전통 IB 부문도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리그테이블 순위권에서도 밀린지 오래지만 이를 강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기조로 ECM, DCM 관련 인력의 퇴사와 충원이 반복되고 있다. 실적 압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IB 부문의 주임, 대리급 인력들도 전문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비단 IB 부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6년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손실을 겪은 이후 회사는 신규 ELS 발행을 최소화 하고 있다. 해외 주요 지수들이 다시 상승세를 그리면서 증권사들이 ELS 발행량을 늘리는 가운데 대신증권 경영진은 운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투자업계의 큰 손으로 유명한 어느 중견기업이 투자 의사를 밝혔음에도 대신증권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조에 맞물려 관련 인력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파생상품본부의 한 팀에선 올해만 팀장이 세 번 바뀌었다.

    해외 진출도 보류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 중 싱가포르 현지에 법인을 세우려 했다. 발령 대상자도 상당 부분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이후 진척된 사안은 없다. 그룹 내부에선 '개발 사업과 비교해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신증권 측은 이에 "현지 상황을 살펴 보고 있으며, 이르면 4분기나 내년 초 설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 대신F&I의 실적은 모회사를 뛰어 넘어 대신증권의 입지는 약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신증권의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254억원,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64억원을 기록했다. F&I는 같은 기간 각각 832억원, 5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회사의 활약에도 증권사 직원들은 기뻐할 수만은 없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은 커녕 이제는 허물만 남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내부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잘 되도, 잘 되지 않아도 문제"라면서 "모든 역량이 한 쪽으로 쏠려 증권 본연의 업무는 점점 부실해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