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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그룹이 중국 시장의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트가 올 연말까지 중국 사업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고, 롯데마트도 끝내 중국 점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각각 20년, 9년 만이다. 그동안 이마트는 7000억원을, 롯데는 2조원을 중국에 투자했지만 줄곧 적자를 봐야만봤다. 사드 보복까지 길어지자 신세계는 중국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낸 것이고, 롯데는 버티기 작전을 포기하고 중국과 얽힌 복잡한 연결 고리들을 하나둘 떼는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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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건 1997년이다. 곧바로 터진 외환위기(IMF)로 한국 점포에 집중하느라 한동안은 중국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2003년 국내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중국으로 복귀했지만, 중국 현지 및 해외 브랜드에 밀려 시장에 침투하지 못했다. 이마트는 2010년 26개 중국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점포 대부분이 지상권이 묶여 있는 '자가점'들이라 최종 매각까진 7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세계그룹 측 관계자는 "사업 초창기엔 베이징·톈진·상하이 등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점포 수를 늘려갔다"라며 "그러나 점차 가격 경쟁력이나 물류 효율화 측면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면서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됐다"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선 대만계 대형마트인 다룬파(RT마트)의 위상이 가장 크다. 월마트(화북 지역), 까르푸(화동 지역) 등 해외 브랜드들은 특정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 외 성 단위의 작은 지역은 지역 브랜드들만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 남은 이마트의 5개 점포는 대만계인 CP그룹이 인수할 예정이다.
2007년 중국에 간 롯데마트는 초기엔 이마트가 택했던 접근 방법보다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는 듯했다. 중국 현지 할인점 '타임즈', 네덜란드 할인점 '마크로'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 후 시장을 공략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을 지녔음에도 롯데 중국 점포들은 해마다 1000억~15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롯데가 중국 할인점 시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적자를 쌓아왔다는 건 업계의 오래된 이야기다. 중국은 할인점 시장이 안착되기 전에 온라인 소매 시장이 발달한 나라다. 할인점 업체들의 손이 닿지 않은 지역엔 알리바바 등 온라인 업체들이 빠르게 침투해갔다. 중국인들의 온라인 구매 비율은 우리나라 비율의 두 배인 3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별다른 온라인 전략 없이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한 롯데는 중국 유통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지 못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려는 전략이 롯데엔 화살이 돼 돌아왔다"라며 "점포 수는 많았지만 현지화 전략엔 실패하면서 비효율 점포 정리 등의 작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사드 사태로 철수설이 재점화됐지만 롯데는 지난 반년간 버티기 전략을 고수했다. 신동빈 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어서였다. 할인점을 포함한 롯데의 중국 사업은 신 회장이 경영권 승계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고자 필요한 하나의 과시용 수단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발목이 잡혀 논란이 된 부분도 무리한 중국 사업 확대에 따라 발생한 조 단위의 적자였다.
그러던 롯데가 돌연 입장을 바꿔 할인점과 슈퍼 전체 또는 일부를 매각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과와 식품 쪽 사업에 대한 철수도 검토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 7000억원 규모의 직간접적 지원에도 할인점들이 여전히 영업을 재개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완료로 사실상 매장 영업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롯데가 중국 점포 매각을 결정하긴 했지만 이른 시간 내에 원하는 가격에 점포들을 매각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다. 적자 점포들을 인수할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 점포들이 문을 다시 열고 구체적인 매각 협상 과정에 이르기까진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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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0일 07:00 게재]
각각 20년·9년 만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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