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인수자, 사모펀드와 SK그룹만 보였다
입력 17.09.28 07:00|수정 17.10.10 13:30
[2017년 3분기 집계]
5000억 이상 거래 16곳 중 12곳 PEF가 인수 측
시들한 M&A 시장서 PEF만 열기…글로벌 PEF 약진
기업 위축된 가운데 ‘딥체인지’ SK만 활발한 움직임
  • M&A 시장 열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와중에도 사모펀드(PEF)는 분주했다. 자금력 있는 PEF들이 대형 거래의 승자로 어김없이 이름을 올렸고, 올해 국내 투자 확대가 점쳐졌던 글로벌 PEF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전략적투자자(SI) 중에선 SK그룹 정도만 존재감을 발휘했다. 새 정부 첫 해 몸사리기에 나선 다른 기업들과 달리 거침없는 투자로 대비된 모습을 보였다.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3분기까지 16건의 5000억원 이상 거래 중 PEF가 인수자 측에 참여한 거래는 12건에 달했다. 3000억원 이상으로 규모를 넓혀도 5건 중 3건은 PEF가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대 거래를 예약한 도시바 메모리 M&A의 승자는 베인캐피탈이었다. 베인캐피탈은 한국, 미국, 일본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조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 외에도 PEF가 단독 혹은 다른 투자자와 짝을 이뤄 인수자로 나서는 대형 M&A가 많았다.

    MBK파트너스는 대성산업가스와 모던하우스 두 건에만 2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었다. 국내 대표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현대삼호중공업, 에이블씨엔씨)와 스틱인베스트먼트(DDI) 외에 LK투자파트너스(현대시멘트)나 큐리어스파트너스(이랜드리테일) 등 대형 거래로 이름을 알린 운용사도 등장했다.

    글로벌 PEF의 약진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대규모 아시아 투자 펀드를 결성했거나 결성 중인 곳들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소진해야 할 자금이 많아지며 글로벌 PEF의 이목이 모이는 상황이다.

    KKR은 LS그룹이 소수지분 매각, IPO, 사업부 매각 등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협상을 이어간 끝에 1조원대 거래를 성사시켰다. 베인캐피탈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휴젤과 락앤락 인수로 시장을 놀라게 했고, TPG는 뒤늦게 참여한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대부분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들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피느라 공정거래나 지배구조 관련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움직이지 않아 M&A 시장 열기가 예년만 못하다”며 “이 틈을 자금력 있는 국내외 PEF들이 메우고 있으며 당분간 주요 M&A 성패도 PEF의 참여 여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춤한 와중에도 SK그룹은 활발한 M&A 행보를 보여 대비를 이뤘다. 3000억원 이상 거래 중 6곳에 SK그룹 계열사가 인수자로 이름을 올렸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참여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 자금 대출 및 전환사채(CB) 인수 등으로 4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주사 SK㈜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올해 초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 경영권을 6200억원에 인수했다. 채권단과 KTB프라이빗에쿼티 보유 지분 추가 인수까지 감안하면 1조원을 훌쩍 넘는 거래다. 중국 2위 물류기업 ESR(e-Shang Redwood Group)에도 3700억원을 투자했다.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단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SK종합화학은 다우케미컬의 EAA사업부를 인수했다. SK네트웍스의 LPG가스충전소사업과 에너지마케팅 도매사업을 각각 SK가스 컨소시엄과 SK에너지가 인수하는 등 계열 회사간 사업 조정 움직임도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차원에서 '딥 체인지'를 내세워 M&A를 통한 빠른 사업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지주사 SK㈜도 직접 '투자전문회사'를 선언해 PEF 모델로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