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경력 있는 주니어 찾습니다' 인력난 겪는 연기금·금융사
입력 17.10.11 07:00|수정 17.10.10 15:55
연기금·금융사 대체 투자 확대 의지에도 인력 없어
투자 실무·보조해야 하는 주니어 특히 부족
  • 국내 주요 연기금과 금융사들이 대체투자 부문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할 실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고심하고 있다. 국내 기관이 대체투자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은지도 얼마 되지 않는데다, 아직 실무를 뒷받침할 주니어들이 성장하지 않아 투자 규모를 확장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중견 보험사 A사는 올해 초부터 대체투자 팀을 세분화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려 했으나 마땅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팀 확장을 꾀하지 못했다. A사는 자산운용 규모는 작지만 대체투자 비중이 높여 비교적 안정적인 운용 수익률을 보여왔던 회사다. 그럼에도 업계의 공격적인 인력 유치전에 밀려 결국 기존 규모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형 보험사 B사의 경우 대체투자 인력 유출이 이어져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체투자에 강점이 있는 이 보험사는 올 들어 주니어 인력들이 주요 연기금으로 이직했다.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기존 연기금 직원들이 수십명 이상 이탈하자, 그 빈자리의 일부를 보험사 출신 인력으로 채운 것이다.

    대체투자는 올해 주요 연기금과 증권사, 운용사 등 전 금융권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갈 곳을 잃은 자금을 소화하고,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부서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체 투자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성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대체투자 자산이 6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은 현재 10%내외 수준인 해외투자 비중을 2021년 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전체 투자자산의 절반 수준인 10조원을 대체투자가 차지하고 있다. 군인공제회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도 대체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 아래 투자를 집행 중이다.

    연기금의 위탁 운용 확대를 대비해 운용사도 전문인력 영입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은 인프라와 해외 투자 전문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 역시 해외 부동산 투자 부문을 확대해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리서치 부문에서도 투자자의 관심도가 커지는 대체투자 관련 섹터 연구를 올해 처음 시도하는 모습이다.

    대체투자에 집중하려는 금융권의 움직임은 본격화됐지만 정작 당초 예상하는 규모의 투자를 대응하기 위한 전문 인력은 업계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기관들이 대체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채 5년도 되지 않았고, 최근 2-3년새 급격히 그 규모가 확대해 대형 투자 건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

    특히 투자 업무를 보조하고, 실무를 뒷받침하는 주니어급 인력이 적어 시니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역이 국내외에서 발로 뛰어 투자처를 확보한다고 해도 업무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주니어급 인력이 마땅치 않아 투자에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전통자산인 주식 채권 전문가는 이미 시장에서 팽배해, 그쪽 인력을 데려오거나 신입을 데려와 기초부터 다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외부 영입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주니어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금융권간 눈치싸움은 심화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자산운용사 등 투자 파트의 금융사다. 투자와 운용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체계가 확실해 주니어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대체투자에 강점이 있는 라임운용자산의 경우가 그렇다. 대체투자본부 운용역이 아닌 일반 직원을 채용하는 자리에 경영대학원(MBA) 졸업자와 같은 고학력의 지원자뿐 아니라 경력직들도 몰렸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불리한 건 보험사라는 평가다. 2년새 국제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 없게 되자, 조심스럽게 국내외 대체투자 비율을 늘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운용사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센티브에 대한 경직성이 커 인력을 끌어당길 유인책이 부족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의 이력이 있으면 향후 다른 곳으로 쉽게 이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운용사나 증권사의 경우 높은 인센티브가 보장되지만, 보험사의 경우 운용 인력에 대한 대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관련 인력을 타 업종에 빼앗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