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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벤처 붐이 재현되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풀린 막대한 투자금이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신규 투자가 늘어 벤처·스타트업이 성장하면 고용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정작 당사자인 벤처캐피탈(VC) 업체들은 이른바 '추경 펀드'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 꼬리표가 붙은 자금이라 운용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무작정 돈부터 푼 이번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이달 10일 모태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쳤다. 이번 출자사업엔 8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이 포함됐다. 현재 선정된 운용사들은 연내 펀드 결성을 목표로 민간 자금 유치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추경 예산 특성상 연내 집행이 완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다수 연기금·공제회가 잇따라 출자사업에 나선 만큼 펀드 결성은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운용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대형사가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을 독점하는 쏠림 현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보험기금 9월 벤처펀드 운용사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LB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TS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일찌감치 출자사업을 마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한국IT펀드)는 스틱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케이큐브벤처스를 선정했다. 출자금을 받은 곳은 대부분 선두권 업체로 분류된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이미 업계에선 연기금·공제회들이 대형사 위주로 돈을 주는 분위기란 말이 많다"며 "콘테스트가 진행 중인 산은·국민연금·교직원공제회 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중소사들은 돈을 모으겠다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영업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모태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VC 3곳 중 1곳은 업력이 5년 미만인 신생사다.
우여곡절 끝에 펀드가 결성되더라도 운용사엔 '까다로운 감사'라는 난관이 남아있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은 당장 내년 1월부터 매달 정책 성과 확인을 위한 감사 및 보고가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금 소진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매달 투자한 기업의 임직원 수 동향을 파악하고 투자금을 얼마나 썼는지 체크할 것"이라며 "반기에 1번꼴 혹은 국감 시즌에만 했던 감사가 빈번해지면 등 떠밀기식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벤처 버블 가능성도 경계 요소다. 이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국내 벤처·스타트업들의 몸값(기업가치)이 영업이익 등 실적 지표 대비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에 투자금이 많이 풀리면 그렇지 않아도 비싼 밸류에이션이 뛰면서 투자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란 풀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중국 벤처·스타트업도 버블이 심하다지만 각종 이익 지표 대비 한국 (벤처·스타트업)보다는 싼 게 사실"이라며 "대형사 중심으로 중국·동남아·유럽 투자에 힘을 싣거나 세컨더리 펀드 결성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리 감독 강화로 당장 신규 투자는 이뤄지겠지만, 다수 벤처·스타트업들이 기업가치 문제로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벤처·스타트업이 크기 위해선 꾸준히 투자금이 유입돼야 하는데 자금줄이 막혀 모두 고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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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24일 07:00 게재]
각종 연기금·공제회서 대형사만 웃어
중소형사, 연내 펀드 결성 여부 불투명
"매달 일자리 몇 개 늘었나 체크"
비싼 몸값에 자금수혈 어려워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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