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비리·임원진 사퇴로 업무 마비…금감원 제동에 속타는 민간 금융사
입력 17.10.27 07:00|수정 17.10.30 09:39
금감원, 임원진 사퇴에 국감 겹쳐
IB·보험사 규제 등 판단 미뤄질 듯
하반기 금융권 M&A도 위축 예상
  •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부의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며 애먼 민간 금융회사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내부 비리와 임원진 사퇴로 정상적인 의사 결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인데다, 국정감사까지 겹치면서 실무진도 자리를 상당수 비운 까닭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보험사 건전성 규제 등 금융권에 파급력이 큰 안건조차 내년 이후로 판단이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금감원은 채용 비리와 임직원의 부당주식 거래 등 내부 사태를 수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수석부원장과,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 등 모두 13명이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표를 제출하며 주요 보직이 공석이 됐다. 실무진은 당장 급한 국감 대응에 시간을 대부분 할애하고 있다. 금감원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수 개월 이상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속 타는 곳은 민간 금융회사들이다. 각 업권별로 풀어야 할 주요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만, 감독당국이 마비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증권업계에선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여부를 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지난 7월 초대형 IB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각 증권사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관련 상품을 구상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일정이 미뤄지면서 연내 초대형 IB 출범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달 인가를 마무리하기 위해 관련 안건을 금융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다음 달로 유예했다. 연내 통과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처음엔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사에 대해 이달 25일까지 인가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다"며 "최근 인가가 언제 날지 아직 언급할 수 없다고 다시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초대형 IB 허가에 대비해 자본을 크게 늘려둔 증권사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당장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감수했지만, 심판이 규칙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업 신용공여 비율을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2021년까지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대비해야 하는 보험사 역시 금감원의 정상화만을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은 IFRS17 도입에 따라 현행 RBC(지급여력)제도를 대체할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금감원은 주요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무평가(필드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라 산출식을 세밀히 다듬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아직 앞으로의 일정이나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보험사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산정 방식에 따라 보험사가 충당해야 하는 자본 규모가 크게 좌우돼 기다리는 보험사들은 속이 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1~2년내에 대규모 자본 조달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얼마를 충당해야할 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금감원 사정으로 관련 부서가 이 부분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정권자가 없어 제도 변경을 앞두고 감독기관과 의견 교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반기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가 바뀌는 금융회사 M&A의 경우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금융위가 최종 승인을 내리는 까닭이다.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이 현재 상황을 수습하는 올해까진 M&A는 진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고객사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