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파운드리 무대 中 이전 검토…조용히 웃는 SK실트론
입력 17.12.21 07:00|수정 17.12.22 10:42
비메모리 고민 이어진 SK…中 반도체 굴기에 '협력'
SK실트론, 중국 기반 웨이퍼 매출처 확대 계획 세우기도
  •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 무대를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과 손을 잡고 뒤처진 비(非)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선두권 업체와 격차가 큰 만큼 독자적인 추격보단 협력안을 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파운드리 육성안보다 원재료인 웨이퍼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의 반사 이익에 집중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의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한 후 중국 지방 정부의 투자를 유치하는 안을 내부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해당 내용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열린 이사회 안건으로 해당 안이 포함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D램 설비를 포함한 중국 법인이 진출해 있는 중국 우시성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8세대 OLED 설비 투자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 70%, 중국 광저우 지방정부 30% 구조로 투자를 유치한 건과 유사한 방식이다. 산업자원부 승인을 두고 표류 중인 OLED와 달리 파운드리 사업군은 부처의 승인 없이도 해외 이전이 가능한 품목으로 분류된다.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 안으로 확정될 경우 SK하이닉스는 기존 청주 공장에 보유한 설비(M8)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일각에선 중국내 현지 업체와의 조인트벤처(JV) 형식의 합작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분사 단계에서 대부분 직원이 SK하이닉스에서 파견 형태로 옮겨 왔고, 정규직 직원은 100여명 정도"라며 "이 가운데서도 기능 별로 일부 인력은 국내에 남고 나머지는 중국으로 옮겨가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게도 설비 이전으로 인한 중단 등을 미리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55.9%)을 대만의 TSMC가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 점유율은 7.7%에 그쳐 메모리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전 중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0.2% 수준으로 국내 파운드리사 동부하이텍에 비해서도 시장 점유율이 낮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밝힌 후 애플·퀄컴 등 주요 '큰 손' 고객사의 물량을 두고 TSMC와 경쟁하는 상황이지만 SK하이닉스는 시장 진입 자체를 두고 고민해야 했던 위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파운드리 사업부를 따로 분사 해 대외적으로 육성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실리콘웍스를 제외하곤 유의미한 규모의 팹리스 업체가 없는 국내에선 매출처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로부터의 분사 결정 때부터 중국 이전을 두고 밑그림을 짰다는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체들의 설비 투자 축이 8인치(200mm)에서 12인치(300mm)로 옮겨가면서 8인치 장비 생산이 줄었고, 그러다보니 역설적으로 8인치 설비를 구하지 못해 중고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가 보유한 8인치 설비(M8) 감가상각이 대부분 끝난데다 그동안 관리가 잘 돼왔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에겐 괜찮은 파트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단순히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의 사업상 결정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반도체 사업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보단 원재료인 웨이퍼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의 수혜에 무게를 둔 시각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그룹 내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은 SK실트론 인수 이후 육성안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내부에선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오는 2020년 6조4000억원, 2022년 10조원을 달성하는 청사진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실트론 보유한 총 3개 공장 중 2공장은 8인치 웨이퍼를, 3공장은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한다. 그룹 편입 이후 4공장은 국내에, 5공장을 중국 우시에 짓는 확장안도 짜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시바 투자 성공으로 웨이퍼 매출처가 늘어난 데 이어 중국 우시를 기점으로 웨이퍼 공급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라며 "SK하이닉스가 설비(Fab)를 하나 증설하더라도 그룹 검토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전반적인 전략을 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