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만은 피하고 싶지만…코너 몰리는 교보생명
입력 17.12.29 07:00|수정 17.12.29 09:55
CS 등 글로벌 IB, 'IPO가 최선' 통보
1차 컨설팅과 비슷한 결과 나왔지만
"또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구상 중"
투자 회수 못한 FI, '자구책' 마련 열중
  • 교보생명의 2차 자본 확충 컨설팅의 답도 '기업 공개'(IPO)였다. 지난 1차 컨설팅과 비슷한 결과를 받아든 상황이지만, 이번에도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 카드만 만지작거린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크레디트스위스(CS)·씨티글로벌마켓증권·JP모간·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내년 중에 IPO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결과를 최근 통보 받았다. 지난 해 말~올 초 진행했던 1차 컨설팅과 유사한 결과.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셈이다.

  • 교보생명은 오는 2021년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필요성이 대두됐다. 올 3분기 말 기준 교보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255%로 금융감독원 기준치(100%)보다 높지만, IFRS17 도입 시 대규모의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9월 말 기준 자본 총계도 8조8706억원으로 삼성생명(32조5837억원)·한화생명(10조3884억원)보다 뒤처진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컨설팅 결과를 따라 IPO를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 때문이다.

    우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낮은 지분율이 문제다. 올 9월 말 현재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은 33.78%.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39.43%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분은 코세어(Corsair Korea Investors LLC·지분율 9.79%), 가디언 홀딩스(Guardian Holdings Limited·지분율 9.05%) 등 FI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IPO의 목적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함이라 구주 매출만 진행할 수는 없다. 가뜩이나 높지 않은 신 회장의 지분율이 추가로 하락,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신 회장은 IPO에 여전히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생명보험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국내 자본시장의 투심(投心)도 문제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진입해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일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자본을 얼마나 확충해야 하느냐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조원을 조달하기는 어렵다.

    특히 삼성생명·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안팎인 상황에서 고가(주당 18만~25만원)에 주식을 매입한 FI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IPO를 피하기 위해 2차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와 난감할 것"이라면서 "신 회장의 여력을 감안하면 유상증자는 불가능하고, 기존 FI가 투자금을 회수(exit)하지 못하고 있으니 투자자를 추가로 유치하기도 어려워 남은 선택지는 IPO 뿐"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이번에도 해외 신종자본증권만 바라보고 있다. 올 7월 3%대의 낮은 금리에 5억달러(약 5411억원)를 모집하는데 성공한 뒤 자신감을 찾은 모양새다. 교보생명을 참고 삼아 해외 조달에 나섰던 흥국생명도 비슷한 규모의 발행에 성공했다.

    한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 발행은 해외 투자자의 수요를 가늠하기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 성격의 시도"였다면서 "해외 투심이 긍정적임을 확인했으니 시기와 규모를 정해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추가 조달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속절 없이 길어지는 교보생명의 IPO에 FI들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refinancing·차환)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인 회수에 나서고 있다.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는 작년 8월 28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마쳤다.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교직원연금(OTPP)은 지난 해 말 사모펀드(PEF) 운용사 판테온(Pantheon), MSAIP에 보유 지분 중 2.3%가량을 약 1700억원에 넘긴 바 있다. OTPP는 이달 900억원 규모의 두 번째 리파이낸싱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