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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 회사채·장기 기업어음(CP) 시장이 최근 3년 사이 수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발행액이 각각 6조원, 4조원을 넘어서며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사모채 시장은 올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증권사들이 투자자산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거 인수하며 눈에 띄게 커졌다는 분석이다. 2년전부터 카드사들이 발행을 늘리기 시작한 장기CP는 올 들어 일부 증권사 신탁 부서에서 카드채 대신 편입하기로 결정하며 그 규모가 더 확대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4년 4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사모채 발행 규모는 올해 누적 기준(21일 기준)으로 6조38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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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의 탄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초대형IB들은 기존에 발행했거나 추후 발행하게 될 자기어음으로 기업대출, 비상장사 지분 투자, 회사채 인수와 같은 기업금융 및 부동산 금융자산에 투자가 가능하다. 초대형IB 입장에선 이 중 대출과 사모사채가 유용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의 초대형IB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들이 미리 사모채에 적극 투자하는 행보를 보였다"라며 "사모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인가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채에 대해 차환발행을 유도해 투자 자산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채권 발행의 주요 주관사이기도 한 초대형IB들은 사모채 차환발행을 유도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발행사 전반적으로도 사모 시장을 찾는 빈도가 확연히 늘었다. CJ그룹 계열사, 국적 항공사, 유통사 등 과거엔 자주 등장하지 않던 기업들이 사모채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만기가 긴 공모채 투자수요 확보가 우려된 LG전자도 오랜만에 나타났다. 사모채는 발행사로선 발행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이 있다. 투자처가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이 늘 선호하는 투자 자산이기도 하다.
올해는 특히 롯데그룹의 발행량이 많았다. 지난해 1500억원에 그쳤던 롯데 계열사 발행량은 올해 2015년 수준을 웃도는 8700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호텔롯데였다. 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 있어 공모채 발행 허가를 받지 못하자 사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장기CP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괄목한만 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듬해 대기업 계열을 중심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자금조달 다각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자 2조원대 시장으로 커졌다. 주로 롯데카드,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삼성카드, JB우리캐피탈, 산은캐피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장기CP 발행 규모는 21일을 기준으로 4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일부 증권사가 신탁 편입 대상으로 카드채 대신 장기CP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만기 5·7년의 카드채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대거 만기가 돌아온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장기CP는 채권과 달리 유동성 자산으로 분류돼 사모채보다 유동성 위험이 덜하다"라며 "카드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이 신탁 상품 대상으로 카드채를 담는 것을 꺼리고 있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공모 절차 진행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발행사들은 1년간의 전매제한 조건에도 사모 장기CP를 발행을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공모 방식을 선택한 기업들은 롯데쇼핑, GS건설, 롯데카드 등 손에 꼽힌다.
사모채와 장기CP 시장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사모채를 자주 찾는 기업들의 등급 상향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데다 초대형IB들의 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일부 증권사 신탁부서의 필요에 의해 장기CP 발행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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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2일 08:00 게재]
올해 사모채 발행액 3년전 대비 1.5조가량 많아
초대형IB, 투자자산 확보차 사모채 '선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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