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시대에 사고율 '뚝' 손보사 잉여 인력 '어쩌나'
입력 18.01.04 07:00|수정 18.01.05 09:58
차량 등록수·고가 차량 비중 증가에도 보험료는 ↓
보험료 인하 경쟁과 더불어 고성능 차량에 사고율 개선 원인
대인·대물 보상 인력 포화 판단...내년 효율화 작업 '집중'
  • 내년 손보업계가 바라보는 자동차보험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자동차 등록수와 고가의 차량이 늘어났음에도 보험료 성장률 둔화가 이어졌다. 고성능 차량 비중이 늘어나 사고율도 줄었다.

    각 손보사들은 인력 효율화 작업을 고심 중이다. 내년 이후 손보업 환경을 생각하면 지금의 '일손'이 너무 많다는 판단이다. 점차 잉여 인력이 늘어날 것인만큼, 조직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최적화된 조직으로 거듭날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보험 보험료 증가율이 매년 줄고 있는 가운데 올해엔 특히 큰 폭으로 수치가 떨어졌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10%에 달했던 보험료 증가율은 올들어 5.4%로 하락했다.

    매년 자동차 등록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기준 자동차 등록수는 사상 최대인 2200만대를 넘어섰다. 고가의 차량 비중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입자동차 등록 비중은 8%로 5년만에 2배로 성장했다. 전기차는 0.07%로 5년간 35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둔화하는 보험료 성장세를 꺾진 못했다.

    온라인 보험 판매 확대와 마일리지보험 특약 가입 확대 등으로 저렴한 보험에 수요가 몰렸던 점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용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한 차량의 비율은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첨단 기술을 탑재한 차량의 비중이 늘어 사고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보험료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첨단 안전 장치를 장착한 차량의 경우 사고 위험 가능성 감소로 보험료가 3~13%정도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일부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하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내년 손해보험사들이 바라보는 자동차보험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보험연구원에서 예상하는 내년 보험료 증가율은 3% 수준으로 지난 5년간 최저 수준이다.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첨단 자동차 비중이 늘어날 경우 사고율은 해마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인력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대인·대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파견되는 현장 인력에 대한 수요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화 이후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보상 담당 인력도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손보사 내에서도 이들 인력이 포화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대형 손보사 3사의 자동차보험 대인보상팀 본사 인력은 3사 전체 직원수의 15%가량을 차지한다.

    실제로 주요 손보사들은 내년 경영 계획 중 하나로 '효율화 작업'을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대비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사고율이 현격하게 줄면서 이에 따른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손해율 개선으로 손보사들의 이익은 늘었지만 전반적인 매출 성장은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하며 "현 정권의 시장 개입과 각 사의 보험료 인하 경쟁에 따라 인력 감축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주요 손보사들은 최근 부지런히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100여명을 줄였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인력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한화손보도 4년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한 손해보험사의 임원급 관계자는 "사고율이 감소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남는 인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중장기적으론 기존 인력을 줄여나가고 신규 인력 충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