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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정부의 외국법인 과세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이 투자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외국법인들에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과세 형평 의지까지는 납득할 만 했다. 그러나 도입 시기를 반 년이나 앞당기며 시장의 반발을 촉발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란 경고가 이어졌다.
시장에 미친 파장은 컸지만 정작 그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 구현 노력에 반해 실익은 적었고, 시장에 미칠 충격파를 예측하지 못해 미숙함만 드러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널뛰기를 하는 한국 특유의 위험 요소가 다시 한번 부각됐고 외국의 투심은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정부는 왜 과세강화 카드에 목맸을까?
문재인 정부는 과세영역에서도 핵심철학인 ‘공평’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제를 넘어서 보다 많은 이익이 몰리는 곳에 대한 과세 강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종합부동산세, 가상화폐 거래, 다주택 보유자 등 그간 검토된 과세 정책도 궤를 같이 한다. 여당도 올해 조세정의·공평과세 등 기치를 내건 공정과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부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초고소득자·대기업 과세강화도 이어졌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는 한편, 세금을 내는 대주주의 범위도 점진적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여파가 미쳤다. 정부는 지난 7일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 종전엔 지분율 25% 이상 외국법인만 대주주로 분류돼 상장주식 매각 시 세금을 냈으나 앞으론 5% 이상 보유자도 과세 대주주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국인에 대한 과세요건은 강화하는데 상장주식 거래로 차익을 많이 실현하는 외국법인이 과세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대주주 인정 지분율을 낮추게 됐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 조세 전문가는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 관계가 명확한 나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과세 주권을 포기해왔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소규모 투자자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과세 대상을 현실화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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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국인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 주권을 명확히 세웠다"는 명분이다. 더 정확히는 세금을 피해 다니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주요 목표다.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를 타고 세워진 정부다 보니 외국법인에 특혜를 준다는 인상을 줄 수 없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기업 페이스북이 한국 조세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금폭탄에 외국법인 엑소더스(Exodus) 우려, 실제 파장도 클까
외국인 과세 확대를 담은 시행령 개정안의 충격파는 컸다. 당장 지분 5% 이상~ 25% 미만을 보유하거나 보유했었던 외국법인이 대거 세금을 내야 할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세율(거래 금액의 10%, 매각 차익의 20% 중 낮은 금액)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지표 MSCI를 산출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은 21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접근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도 24일 우리나라의 세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지수추종 펀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두 기관이 목소리를 내자, 국내외에서 주식 시장의 대혼란이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만 생각보다 외국법인들이 더 내게 될 세금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국가들과 우리나라 세법에 우선해 적용되는 '조세조약'이 맺어져 있어서다.
주식양도차익의 경우 조세조약 중 70% 정도는 본국에서 과세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과세권이 없다. 그나마 일본이나 프랑스 정도를 빼면 대부분 외국인에 상장주식 양도세를 물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상당수 국가와 이중과세를 방지하기로 합의돼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냈으니 자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거나,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이 아예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법인 과세 강화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식 시장은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오히려 혼란 속에서 내국인들이 주식을 내놓을 때 외국인이 매수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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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 또는 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이중과세방지 협약을 맺지 않은 일부 국가가 문제될 수는 있다.
일례로 일본은 조약은 맺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과세권은 인정한다. 다만 조약에서 대주주를 지분율 25% 이상으로 규정해놨다. 우리나라가 외국법인 대주주 범위를 5% 이상으로 확대하더라도 5% 이상~25% 미만 주주들이 새로 세금을 더 내지 않고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10%, 15% 등 기준을 정해둔 국가에 대해서도 그에 따른 과세만 가능하다.
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와의 조약에선 원천지국 과세권을 인정하면서도 대주주 지분율에 대한 규정이 없다. 우리 법이 대주주 인정 지분율 기준을 변경하면 그에 따른 과세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대해 특히 홍콩 쪽 투자자들의 우려가 많이 제기됐다.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홍콩 헤지펀드 변호사는 “헤지펀드들은 투자처의 법규상 부과되는 세금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투자를 못하거나 회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홍콩 쪽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은데 가뜩이나 매력도 없는 한국 시장이 더 외면받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큰 문제 없다는데 투자 업계는 왜 반발할까
정부의 이번 외국법인 과세 강화 정책은 이미 작년 8월 발표됐었다. 투자 업계는 어느 정도 영향 평가를 할 만한 시간이 있었고, 정부의 과세권 확립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책에 반발하기보다는 물밑에서 업계 의견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 적용 시기를 반 년 앞당긴 것이 논란 확대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발표 때는 기존에 외국법인이 보유하던 주식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올해 발표에선 유예 규정 없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규정이 너무 강화된 데다 대비 기간마저 6개월이나 줄어들자 불만이 폭발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7월 전이면 주식거래 양도 차익을 포착하고 세금을 징수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지만 정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를 중개할 때 외국인별 보유 지분율 변동, 취득 및 매도 금액 등 정보를 확보하고 원천징수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과거 5년간 지분율이 5% 이상을 넘었던 적이 있는지, 취득원가가 얼마인지, 해당 법인 소재 국가와의 조세조약이 어떻게 맺어져 있는지 등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향후 세금 누락에 따른 가산세를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각금액의 10%를 미리 떼놓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도 이같은 원천 징수 방안을 부정하진 않았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새 규정이 적용되면 각 매니저들은 외국인과 거래할 때마다 담당 계좌뿐만 아니라 고객 전체 계좌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한다”며 “증권사들로서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원천징수 했다가 환급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결제일 문제를 포함해 증권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정부차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증권사들은 신규 기준 대로 원천징수하라는 식으로 시그널을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업계에선 법 적용 대상과 방식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헷지펀드도 그 전체가 대상일지, 투자자 개개인까지 살펴야 할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PEF라면 그 국적을 판별할 때 운용사나 특수목적법인(SPC) 소재지로 할지, 출자자(LP)들까지 살펴야 할 것인지 등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미숙함 드러낸 정부는 무엇을 잃었나
결과적으로 정부의 의도는 썩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떠날 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확산했고, 과세 당사자 뿐 아니라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정부도 홍역을 앓았다.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던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도 제도 시행 이전부터 막연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법인들이 투자 매력을 느끼는 곳은 몇몇 초우량 기업들이다. 5년내 5% 이상 지분을 투자한 외국인 주주를 찾기 어렵지 않다. 일부 투자자들은 강화된 과세 규정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5개월 안에 해당 주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해당 외국법인의 투자 전략은 물론 피투자 국내기업의 재무 및 사업전략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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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베인캐피탈·TPG 등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 한 글로벌 PEF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수익률에 따라 펀드 규모와 보상이 달라지는 PEF들은 투자처 발굴 단계에서부터 해당 지역의 과세 정책을 최우선순위로 고려한다. 매도자의 세금 부담을 고려해 프리미엄을 얹어주며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5년 내 이뤄졌던 거래들의 수익률이 이번 과세 정책 변화의 영향으로 급변할 수 있다.
대형 로펌 PEF 자문 변호사는 "글로벌 PEF 본사 경영진끼린 '그들만의 리그'가 있기 때문에 투자처에 대한 정보도 서로 공유한다. TPG도 한국 시장 재진출에 앞서 OB맥주로 한국을 경험한 KKR 최고법률책임자(CLO)에게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자문사에서도 문의가 쏟아져 지난해 5월 대선 직전까지 분위기는 글로벌 PEF들에 전해줬는데, 새로 업데이트를 해야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해 신뢰를 잃은 점이다. 시행령 발표 이후 외국계 뿐 아니라 국내 금융사·기관·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기재부는 다시 일부 안을 조정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조정하더라도 시장의 안도보다는 또 한 번의 신뢰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글로벌 로펌 변호사는 "평판 문제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외국계 PEF 및 투자자 사이에선 국내 정책 변화에 따라 공적이 된 '론스타'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아들이는 '코리아 리스크'는 세금을 더 내고 말고의 문제보다 정부 정책을 비롯한 룰(Rule)이 불투명하고 예측가능하지 못한 데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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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7일 07:00 게재]
연초 외국인 대주주 요건 강화 움직임에 투자시장 뒤숭숭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듯…조항 수정 가능성 밝힌 정부
과세 강화보다 정책 불확실성 우려하는 투자자들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듯…조항 수정 가능성 밝힌 정부
과세 강화보다 정책 불확실성 우려하는 투자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