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포기
입력 18.02.08 10:42|수정 18.02.08 10:54
  •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KDB산업은행은 8일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 의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우협으로 선정된 지 8일 만이다.

    대우건설이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모로코 사피 복합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3000억원가량의 부실을 공개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 인수·합병(M&A)팀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7일 오전부터 비상 대책 회의에 돌입, 대우건설의 추가 부실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산은 등 매각 측을 만나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로코를 포함해 대우건설의 우발채무 규모를 예상하기가 어려워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현재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타르 등 해외 여러 곳에서 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한 특혜 매각 의혹과 이후 벌어진 헐값 매각 논란,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반발 등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부실을 문제 삼아 인수 가격을 더 깎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남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해외 현장 한 곳에서 수천억원의 부실이 발생한 것을 보고 겁났을 것"이라면서 "호반건설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판단하고 인수 결정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다시 미궁에 빠지면서 산은의 대우건설 보유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됐다. 산은은 지난 2010년 사모펀드(PEF) KDB밸류제6호를 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KDB밸류제6호의 만기는 오는 2019년 7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