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계열사 호(好)시절 끝?…주식·채권시장에 '냉기'
입력 18.03.23 07:00|수정 18.03.26 09:35
영업이익·주가 반토막…"단기 회복 어려워"
비주력 사업 고민 크지만…2020년까지 구조조정 불가
크레딧 시장도 '경고'·한화시스템 이동설(設) 까지
  • 한화그룹이 지지부진한 방위산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으로부터 인수 당시만 해도 “방산은 메인, 화학은 ‘덤’”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성적표는 정 반대다.

    실적 부진에 예고치 못한 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인수합병(M&A) 및 투자로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크래딧 시장에서도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계열사들은 지난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방산부문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은 한화테크윈의 연결기준 실적에서 드러난다. 매출은 4조215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29억원으로 45% 감소했다.

    실적 악화에 주가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상승하던 주가는 지난 2016년 하반기엔 주당 6만원 후반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반 토막 났다. 한국항공우주(KAI)의 분식회계 사태 등 방산 전체의 부정적인 투자심리로 해석하는 분석도 있지만, 별개로 회사가 시장과 소통이 없었음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방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수익이 좋지 않다를 떠나서 일회성 손실이 반영된 '어닝 쇼크'만 6분기 연속”이라며 “사업 방향에 대해 선제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한화그룹 편입 이후 방향성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방산과 항공엔진 외 비주력 사업부(시큐리티·에너지장비·산업용장비)에 대한 고민은 점차 커지지만 마땅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한 모습이다.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사업은 시큐리티(CCTV사업) 부문이다. 중국과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지난해까진 ‘삼성’ 브랜드를 빌려와 사용했지만 올해부턴 만료돼 독자 브랜드로 사업을 꾸려야 한다. 무인 로봇 등 방산 분야에 카메라 사업을 연계하는 방향을 고심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장비 사업은 삼성 계열사들의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 과거 셰일가스 시장을 타깃으로 플랜트 사업을 꾸리는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삼성중공업과 함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한화에서 그러긴 어려운 상황이다. 칩마운터 사업을 꾸리는 산업용장비 부문도 중속기 분야 확장을 위해 투자 규모를 키웠지만 일본 업체들에 기술력이 뒤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처럼 비주력 사업에 대한 몸집 줄이기 필요성은 점차 커지지만 인수 당시 맺은 5년간 고용보장 계약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최근엔 물적분할을 통해 시큐리티 사업을 분사해 비상장회사로 만드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2020년 이후 매각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본업에서도 단기간에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항공기엔진사 프랫 앤드 휘트니(P&W)와 협력해 GTF(Geared Turbo Fan)엔진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지만 공급 기간만 40년에 달하는 장기계약이다. 매출 확보는 불투명하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개발 비용은 지난해부터 지불하는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제공동개발사업(RSP)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잭팟’이 될 수 있어도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6~7년간 예고치 않은 비용에 직면해야 한다”며 “애널리스트가 이해하기도 복잡한 계약구조인 만큼 회사가 시장에 좀 더 미리 설명할 기회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 수익은 지지부진하지만 재무부담은 커지며 신용등급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화테크윈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 2016년 3분기 454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조260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2016년 탈레스가 보유하던 한화시스템 잔여 지분 50%(2880억원)와 한화디펜스(당시 두산DST, 6950억원) 인수로 크게 늘어난 이후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 하향 요건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는 회사의 신용등급(AA-, 안정적) 하향 요건으로 ▲영업이익/매출액 비율이 2% 하회 ▲잉여현금흐름/총차입금 비율이 마이너스일 경우를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EBITDA마진 4% 미만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를 지표로 제시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EBITDA마진을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하향 요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알짜 자회사 한화시스템에서 올라온 배당을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모습이다. 한화시스템 100% 지분을 확보한 이후 지난해엔 중간배당을 통해 972억원을 확보했다. 통상적으로 100억원 미만으로 배당을 집행해 온 점에 대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화시스템에 고스란히 연쇄적인 부담으로 이어졌다. 한기평은 “지난해 차입규모 확대로 부채비율은 하향변동 요인을 충족했으며, 순차입금/EBITDA도 하향변동 요인 수준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한화시스템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전 한화S&C)에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화S&C가 재무적투자자(FI)를 초청하면서 상장(IPO)을 약속했는데, 시스템통합(SI)사업만으론 녹록지 않아 한화시스템의 이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회사 분할을 발표할 당시 “(분할 및 지분 매각은) 공정거래법 취지에 부합하는 지분 구조로 만드는 첫 단계"라며 "향후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