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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화제다. 지주사 지분을 일부 매입하며 증여세를 완납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재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KCC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 변경 예정) 주식 5.1%(83만1000주)를 3540억원에 매입하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이다. 정 부사장은 이번 지분 매입 대금 3540억 중 3000억원을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증여 받아 마련했다. 정 부사장은 이에 따른 증여세 약 1500억원을 완납할 계획이다.
정기선 부사장의 결정을 두고 시장에선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재벌 개혁을 원하는 정부를 의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일종의 '모범 답안'을 내놨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조선사 담당 연구원은 "35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3000억원을 증여 받고, 그 중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는 결정을 '어리석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정 부사장은 관련 법률 및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할 예정"이라며 "회사의 경영권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도 이와 맥락이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물 출자 방식의 지주사 전환 대신 지배회사 체제를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성실 납세'라고 홍보하며 "지배회사로 전환해 대규모의 세금을 내고, 사회적인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임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분을 매입하고, 납세할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회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재계는 승계와 납세의 상관 관계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삼성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특히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컸던 만큼,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증권사 지주사 담당 연구원은 "최근 재계에서 일어나는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삼성은 물론 3세 승계를 앞둔 LG·한화, 승계 준비가 덜 돼있을 중견 그룹들까지 큰 관심을 가질 사안"이라면서 "정부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가 강해 이 같은 흐름은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일부 도움을 줄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투명성을 저하했던 '오너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해외 펀드가 기업 지배구조 관련 깐깐한 규정을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근 한국 재계의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 긍정적"이라면서도 "탈세와 같은 위법 위험을 제거하는 투명성 개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걸음일 뿐, 결국에는 배당 성향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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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30일 1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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