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잇따라 '급락'...美 증시 악화에 '김기식 쇼크' 까지
입력 18.04.04 17:04|수정 18.04.05 09:39
신임 금감원장 취임 후 '팔자' 이어져
"금융회사 규제 심화 우려"
  • 국내 주요 금융지주 관련 주식들이 이번주 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 주가가 급락한데다, 참여연대 출신 ‘저격수’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며 금융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주 들어 4일까지 3거래일간 하나금융지주는 주가가 전주 대비 8.63% 빠졌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각각 5.11%, 3.28% 하락세를 보였다. 그나마 신한지주는 4일 반등에 성공하며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매도세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끌었다. 기관은 사흘간 4대 금융주에서만 1262억원어치의 매도세를 집중했다. 매도는 특히 김기식 신임 원장의 취임식 다음날인 4월 3일 집중됐다. KB금융지주 매도 규모가 사흘간 496억여원으로 가장 컸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순매도세로 일관하며 주가 급락에 불을 지폈다.

    3월 마지막주 미국 금융주 급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한 주 동안에만 웰스파고가 -6%, 씨티그룹이 -7%, 모건스탠리가 -7.4%의 주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미국 금융주는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탓이다.

    국내에서는 '강성 금융감독원'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이 그동안 ‘재벌개혁’을 외쳐온 만큼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소비자 보호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융주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 원장은 2일 취임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약탈적 대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수적인 감독 기조를 보일 것임을 명확히 했다. 김 원장은 제19대 국회의원 시절 금융사들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안을 집중적으로 내놨다. 이자율 한도를 낮추고 금융회사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자는 발언도 많았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 채용비리 검사 결과가 발표되며 매도 심리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 금리 상승 등 호재로 주가가 꽤 오른만큼, 부정적인 이벤트가 잇따르자 '차익 실현' 욕구도 강해졌을 거라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 소식이 들리자 마자 금융주를 매도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파적 금융정책 리스크뿐만 아니라 채용비리 관련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부각이 기관의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