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로 타깃 바꾼 엘리엇, '삼성 교훈' 어떻게 활용할까
입력 18.04.05 07:00|수정 18.04.06 12:43
주총 영향 행사 위해 10월 지분 매입 끝냈을 듯
"삼성 TRS 경험 삼아 만반의 준비했을 것"
  •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자동차그룹을 정조준하며 2년여 만에 한국 자본시장에 재등장했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두고 삼성그룹과 일전을 벌인 경험이 있다. 이를 교훈 삼아 현대차에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최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세부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각 계열사 별 경영 구조 개선안 ▲자본 관리 최적화 방안 ▲주주 환원 로드맵 등을 공개하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보통주 10억달러어치(약 1조56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사 합산으로 대략 1~1.5%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3사 시총 단순 합산액을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 가치 10억달러로 나누면 1.4% 수준이다. 주식을 1.5% 미만 보유했을 때 행사 가능한 주주권은 주주 제안권, 부정 행위 이사·청산인 해임 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주주대표소송권, 이사 행위 유지·금지 청구권 등이다.

    엘리엇은 작년 10월 중순 이전에는 현대차 계열사 주식 매입을 끝냈을 것으로 보인다. 소수 주주권은 주주총회일로부터 6주 전을 기준으로 해당 회사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만 행사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주총은 오는 5월 29일 열린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소수 주주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 '6개월 보유' 요건을 인정 받지 못했다. 당시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을 것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준비하고 있다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현대모비스의 국내 모듈(자동차 부품 집합체) 및 국내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 등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분할 부문의 합병 비율 문제를 집중 공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부는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짜임에도 가치를 저평가, 현대글로비스 신주 배정 물량을 의도적으로 낮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엘리엇이 주주권을 행사하며 구체적인 요구나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잡음을 일으켜 주가를 올린 뒤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회수(Exit)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앞선 삼성그룹과의 싸움에서 국민 정서에 호소하는 한국 기업과 정면으로 맞붙어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냈을 것"이라면서 "확보한 지분율이 높지도 않기 때문에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잡음을 일으켜 배당 확대 등의 답변을 얻어내 주가를 올린 뒤 주식 매매 차익을 얻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