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자회사 상장 1兆 잭팟?…공모 흥행·배터리 투자 설득 '숙제'
입력 18.04.09 07:00|수정 18.04.10 09:43
단기적으론 윤활기유 설비증설 재개 속 흥행 여부 불확실
중·장기적으론 배터리 투입 정당화 숙제
  •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공모 규모 및 구조를 확정했다. 투자자 모집에 성공할 경우 SK이노베이션에 최대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론 공모 흥행을 위한 투자자 설득이 시급해졌다. SK루브리컨츠의 주력 사업인 윤활유‧윤활기유 사업의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모회사에 유입될 자금이 배터리 투자에 투입되는 점에 대한 투자자 설득도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구주 매출 비중을 확정 지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조원에서 최대 5조원 초반에 달할 전망이다. SK루브리컨츠는 신주를 포함해 전체 주식 수의 30%가량을 모집·매출하는 데 이 중 SK이노베이션의 구주매출 비중은 24%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면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 기준 최대 공모 규모는 1조6000억원,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할 금액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목돈을 확보할 수 있고, 잔여 지분(70%)을 통해 배당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공격적 투자를 천명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점차 구체화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까지 화학과 배터리 분야에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설비를 10기가와트시(GWh) 수준까지 확장하고, 2025년엔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해엔 헝가리 배터리 공장에 2022년까지 총 8400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업계에선 배터리 분야에만 2020년까지 최소 연간 5000억원씩 투자해 1조5000억~2조원가량을 소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화학 본업의 호황으로 투자 계획에 맞춰 두둑한 현금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개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시장성 있는 유가증권 등 포함)은 1조원이 넘는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이 성공할 경우 자체 현금으로도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 다만 원활한 자금 유입을 위한 첫 단계로 SK루브리컨츠의 공모 흥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회사는 지난해 주력 제품인 고급윤활기유의 수요 증가와 저유가로 글로벌 경쟁사들이 설비 증설을 미룬 덕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최근 들어 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엑손모빌·중국 페트로차이나·러시아 로즈네프트 등 경쟁사들은 올해 이후 설비 확보 계획을 속속들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이후 꾸준한 성장성을 보여야 하는 점이 투자자 확보를 위한 숙제로 남았다.

    한 증권사 정유 담당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장부가 대비 처분이익도 들어오고 배당도 유입될 수 있는 구조이지만 현재 공모가 상단 수준에선 SK루브리컨츠 투자자들이 누릴 업사이드는 찾기 어렵다"라며 "이미 윤활기유와 윤활유 업황이 꼭지에 달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잠재력이 큰 사업군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자금 사용에 대한 정당성 확보가 숙제로 남는다. 지난해 투자 계획 발표에 이어 구체적 재원 마련까지 눈앞에 다가오면서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수주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LG, 삼성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다. 그렇다보니 배터리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오너 일가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중점 사업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인지 보여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른 정유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아직 배터리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나 의미 있는 수치를 보인 적은 없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성장성을 보는 투자자들은 LG화학, 삼성SDI에 투자를 하면된다”며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될 경우 실적 가시화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