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혼재된 면세 사업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호텔사업과의 관계를 끊어냈다. 성장성이 낮은 호텔사업에 발 묶이지 않고 면세사업으로 기업의 가치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면세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신세계그룹이 호텔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경쟁 면세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분산된 면세사업부를 백화점으로 몰아주기 위한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 달 신세계조선호텔은 면세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신세계면세점글로벌 지분 전량을 신세계디에프글로벌에 매각했다. 이 작업을 끝으로 신세계는 그룹 내 모든 면세사업부를 보유하게 됐다.
합병 작업만이 남았다. 지난 3일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신세계면세점글로벌을 오는 6월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 본점과 인천국제공항제2터미널, 강남 센트럴시티 면세점을 운영한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부산 시내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제1터미널을 맡는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백화점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브랜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경쟁사를 따라 호텔에서 시작했지만 백화점과의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1,3위 업체인 스위스 듀프리와 미국 디에프에스(DFS)도 면세 전문점 형태라 이를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뒤늦게 면세사업에 뛰어든 신세계는 경쟁사를 따라 신세계조선호텔을 앞세워 면세사업을 키워왔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 기존 대형 면세사업자들은 호텔의 부대시설에서 시작한 면세사업을 현재까지 이어왔다.
그러나 면세사업과 호텔사업의 시너지는 낮아지고 있다. 면세사업이 트래블리테일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특급 호텔과의 접점은 크지 않아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대체 숙박 업체가 늘어나 호텔업과 면세업의 연계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면세업과 호텔업의 교집합이 크지 않아 각 사업부문의 경영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신라호텔도 호텔과 면세업 부문 대표와 부문장을 따로 두고 있다.
-
무엇보다 국내 호텔 사업 부문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모습이다. 대형사들도 자유롭지 않다. 호텔롯데의 경우 호텔사업부의 영업손실은 900억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확대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호텔·외식 부문도 올해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호텔로 발생한 손실은 면세사업부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가 면세사업을 호텔과 절연시키고 일원화한 것도 해당 사업부의 성장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로 양분된 국내 면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2013년 2%였던 시장점유율은 5년만인 지난해 13%로 확대해 3위 사업자에 올랐다. 올 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영업을 시작했고, 하반기엔 강남 센트럴시티점이 오픈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부분 철수하는 롯데면세점의 사업권에 대한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올해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확대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천공항 T2터미널과 강남점을 연이어 오픈해 올해 사업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포트폴리오 강화는 숙제로 남았다. 한국 면세사업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 이를 분산하기 위해 해외 면세 부문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의 경우 올해 1조원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해외점 매출은 지난해 1400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해외에 진출한 사례가 없어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08일 07:00 게재]
분산된 면세사업부, 신세계百 밑으로 정리…6월 흡수합병
호텔사업과 절연...면세사업 평가절차 가능성 우려 반영된 듯
신세계免 신규 지점 열며 점유율 확대 중...해외 사업 진출은 '숙제'
호텔사업과 절연...면세사업 평가절차 가능성 우려 반영된 듯
신세계免 신규 지점 열며 점유율 확대 중...해외 사업 진출은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