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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공공재”라는 논리에 사법부가 힘을 실어주면서 통신업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요금제 인하 등 규제 압력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통신 3사엔 잃어버린 투자 매력을 되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까지 놓였다. “통신만 하는 사업자가 아닌 ‘통신도' 하는 회사임을 드러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4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휴대전화 통신요금 책정 근거로 활용하는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이르면 내달 규정 절차에 따라 자료를 외부 공개할 방침이다.
통신사들은 이번 공개 결정이 실적에 즉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진 않는다. 공개 대상이 가입자 수가 미미한 2G(2세대), 3G(3세대)망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례가 통신사업의 공공적 성격을 폭넓게 인정한 만큼 추가 소송은 위험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익 대부분을 창출하는 LTE(4세대)망이나 미래 먹거리로 선점한 5G(5세대)에서도 판례가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통신사 임원은 "정부부처 중에선 그래도 과기부가 통신업계 입장을 들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판결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 판결 의의까지 추가해가며 환영하는 모습을 보며 정권이 바뀐 것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만약 황창규 KT 회장이 물러나고 KT에 새 수장으로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가 오면 통신 3사간 공동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지다보니 고민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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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의 더 큰 고민은 이번 결정이 통신업체에 대한 외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후 예정된 보편요금제 도입을 시작으로 향후 추가될 규제안에도 여론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가가치를 올릴 여러 수단들이 제동에 걸릴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판결 바로 다음날인 13일엔 기관투자가‧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보이며 3사 주가가 모두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자산운용사 등 바이사이드에선 '이러다 통신사들도 전력‧민자발전사처럼 나라에서 전력도매가격(SMP)을 정해주면 적정 이윤만 가져가야 하는 사업군이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온다”면서 “SKT가 한국전력이 되라는 꼴”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법원과 규제 당국의 의사결정에 대해 논하기보다 "국내 통신산업은 투자 매력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사회적 압력과 규제 당국에 주요 의사 결정이 내맡겨진 기업에 추가적인 가치 평가(밸류에이션)를 줄 수 없다는 시각이 더 명확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러다보니 통신사들이 통신업에서 벗어나 성장 여력을 보일 수 있는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압력은 더욱 커졌다. 통신이 안정적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은 맡더라도, 투자자에 더 이상 통신이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이는 회사일수록 투자 심리를 회복할 것이란 평가다. 결국 사업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오너십의 유무와 M&A 등 사업 발굴 역량에 따라 3사 투자 매력도 급격히 갈릴 것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규제 당국의 ‘선한 의도’가 통신서비스 뿐 아니라 미래사업에까지도 부작용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원가보상률' 틀 안에선 통신사의 성과를 통신서비스와 비(非)통신으로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통신사들이 미디어, 보안 등 비통신분야에서 원가를 초과한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요금 인하의 명분만 쌓을 수 있다는 우려다. 통신사 입장에선 위험을 감수해가며 미래 사업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SKT가 시장에 꾸준히 기업 분할을 둔 고민을 알리는 점도 이 같은 구조적 고민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증권사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논리대로라면 통신사가 지금처럼 망 중복 투자에 돈을 경쟁적으로 쏟고, 임직원끼리 성과금을 나누며 방만하게 원가를 늘려놓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세계 최초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시가총액이 고정된 주식을 보게될 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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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18일 14:3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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