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인력 유출 막아라"…'인센티브' 지급 나선 신한은행
입력 18.06.11 07:00|수정 18.06.12 09:24
4개 IB 부서에 한정, 우수 성과 달성 시
PS와 별개로 '인센티브' 지급키로 결정
'더블 카운팅' 도입 이후 은행권 첫 사례
"IB 직원 증권사 등 이직 막기 위한 대책"
  • 신한은행이 올해부터 투자은행(IB) 사업부문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금융 주선 등 거래(Deal) 성공을 보상하겠다는 결정인데,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경쟁 금융사로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신한은행은 올 1월 1일부터 구조화금융부·부동산금융부·투자금융부·프로젝트금융부 등 4개 IB 부서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초과이익 분배금(PS) 형태로 연말에 지급하는 '성과급'과는 별개다. 연초 설정한 목표 실적에서 기준치 이상을 달성한 부서를 대상으로, 자체 산식을 통해 초과 성과를 보상한다.

    인센티브는 부서 단위로 지급한다. 본부장이 부서장 몫을, 부서장이 부서원 몫을 정한다. 예를 들어 본부장이 부서장 기여도를 30%로 평가하면, 부서장은 나머지 70%를 부서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IB 부서에서 사용하는 보상 체계와 유사하다.

    지난 2012~2016년 신한·KB·하나 등 금융지주사 모두 '유니버설 뱅킹'을 장려하겠다며 은행-증권사 협업 시 실적을 중복 집계하는 '더블 카운팅'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거래 규모 이상의 초과 실적 산정 등 계량적 문제로 구체적인 보상 체계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성과의 금전 보상이 낯선 은행권에서 개별 부서·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성과를 내면 금전이 아닌 승진으로 보상하던 조직"이라면서 "보상에 따른 동기 부여보다 직원 간 형평성을 더 중요히 여기던 은행권의 오랜 인식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한은행 IB 부서의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함이라는 전언이다. 신한은행은 인수금융·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금융 주선 및 대출을 맡는다.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금융사들과 인맥을 구축하는데, 이를 발판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초대형 IB들과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인력을 영입하는 여파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신한은행 IB 부서에서 타 금융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연 1~2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IB 부서원은 25명 안팎으로 많지 않은데다가,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은행권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IB 부서원의 이직을 막기 위해 매년 실시하던 무조건적 순환 근무도 없앴다. IB 성과가 우수한 직원은 부서에 남기겠다는 얘기다.

    먼저 잡 포스팅(Job Posting·사내 부서원 모집 공고) 등으로 IB 부서에 신규 유입되는 인원 수를 먼저 확인한 뒤, 이를 인사부가 IB 부서장에게 전달한다. 부서장은 개별 직원의 성과를 고려해 '내보낼' 직원을 골라 정원(TO)을 맞춘다.

    KB금융지주도 지난 2016년부터 은행-증권사 협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KB국민은행 IB 부서에 별도의 성과 보상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한 KB국민은행 관계자는 "IB 부서에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보상할지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제도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