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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며 많은 기업들이 부동산신탁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새로 인가를 얻거나 기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새 시장 참가자가 생기고 경영권 변동이 이뤄지면 부동산 신탁 시장은 큰 변혁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신탁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부동산 경기 호조로 신탁사들은 꾸준히 일감을 늘렸고 이익 규모도 확대했다. 지난해는 가장 작은 곳도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 2009년 2개사가 새로 진출한 후 추가 진입 없이 폐쇄적 과점 구도가 유지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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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올해 안에 1~2곳의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새로 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 성장하는 부동산신탁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신탁사는 다양한 형태의 신탁 사업을 하지만 관리형 토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이 주력이다. 관리형은 신탁사가 분양 사업 전반을 관리만 하는 형태고, 차입형은 신탁사가 토지를 위탁 받아 개발·운영하면서 자금까지 조달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안정적이고 후자는 수익성이 높다.
은행이나 증권사도 일부 신탁 업무를 하지만 관리형·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은 전업 부동산 신탁사만 가능하다. 대형 금융지주 중에서도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만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아직 신탁사가 없는 금융회사들이 이번 기회를 노리는 상황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진입 장벽 때문에 먼발치에서 군침만 흘리던 금융지주와 증권사들이 인가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 건설사들도 인가 확보에 나설만한 곳들로 꼽힌다. 최근 비중이 높아진 차입형 신탁사업은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부동산신탁사의 M&A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삼성생명이 내놓은 지분 외에 교보생명 보유지분도 일부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지분 50% 이상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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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주주 비율이 높은 부동산신탁사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신탁사가 없는 금융회사들은 개별 회사들의 지분 일부만 보유한 상태로 협력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 주주 설득에 성공한다면 빠르게 부동산신탁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신규 설립과 M&A 모두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인수할 만한 곳은 개인 주주가 있는 신탁사 정도인데 매각 의지가 없거나 기대가격이 높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 부동산신탁사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시장 참가자가 생긴다면 부동산 신탁업계의 역학 구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각 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든든한 자금력을 가진 금융회사들이 새로 뛰어드는 것도 기존 부동산신탁사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다시 업계 재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에선 자금 조달의 확실성이 중요한데 기존 회사들이 대형 금융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쟁에서 밀린 중소형 회사들에 경영권 매각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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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0일 07:00 게재]
부동산 호황에 신탁사도 성장세
정부 신규 인가 소식에 업계 관심
정부 신규 인가 소식에 업계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