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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B자산운용은 지난 4월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1호를 출시했다. 1호 펀드는 출시 9영업일 만에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았다.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 중단)이 필요할 정도였다. 흥행에 고무된 KTB운용은 잠시 냉각기간을 갖고 야심 차게 2호를 내놨다. 2호 역시 3000억원 안팎에서 소프트클로징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18일까지 고작 335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 2014년에 설립된 벤처기업 A사는 최근 표면이자(Coupon) 4%에 만기수익률(YTM) 4%, 리픽싱(Refixing) 하한을 70%로 설정해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2016년에 설립된 벤처기업 B사의 경우에도 표면이자는 0%지만 만기수익률 2%에 리픽싱 하한을 70%로 하자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난 5월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지난 4월 화려하게 첫 출범했지만 2달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주춤하면서 메자닌 시장의 과열도 이전보다는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코스닥 지수가 주춤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 코스닥 벤처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사실상 멈춘 탓이다. 기존 설정 펀드들은 시장이 과열된 가운데서도 자산을 이미 어느 정도 담은 상태라, 이전처럼 과감한 조건의 메자닌 투자엔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코스닥 벤처펀드 공모형 펀드 설정액은 7727억원이었다. 지난달 31일(7605억원) 대비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그 사이 추가로 모인 자금은 122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출범 두 달 만에 2조원을 모은 것과는 다른 양태다.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용등급 평가 없이도 공모형 펀드가 편입 가능한 방안을 내놓는 등 활성화에 힘쓰고 있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열풍이 다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운용사들이 요건에 맞추기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로 벤처기업 신주 15%를 채운 상태라 펀드 설정액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떨어져서다. 공모형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공모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89%로, 최고 3.97%에서 최저 -0.8%까지 수익률 편차가 큰 상황이다. 최근 들어 12개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날도 포착된다. 이처럼 코스닥 벤처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건 코스닥 지수가 부진한데다 특히 포트폴리오에 많이 포함된 바이오 주식들의 주가 추이가 좋지 않은 까닭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 포트폴리오에 바이오 비중이 큰데 앞서 남북경협주가 부각되고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면서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코스닥 벤처펀드는 새로운 유형의 펀드라 전통적인 밸류에이션이 통하지 않아 장기적인 성장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메자닌 시장도 예상보다 일찍 열기가 꺾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표면이자와 만기수익률이 제로에 리픽싱 요건까지 없는 전환사채 발행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좋은 조건의 발행도 눈에 띈다. 메자닌 시장이 과열되며 비상장사 중에서도 메자닌을 발행해보려는 수요가 일부 움직였지만 대부분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도 발행 조건이 안 좋은 물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난달에 비하면 줄어든 편"이라며 "메자닌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나쁜 물건만큼이나 좋은 물건도 나오고 있어 8월이 지나면 메자닌 시장도 안정화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해외 악재로 인한 변동성 증가로 코스닥 지수가 맥을 추지 못하며 코스닥 벤처펀드는 당분간 이전 같은 관심을 받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는 코스닥 붐이 3년 이상 가길 기대하고 환매 3년 금지 조건을 붙였지만, 보다시피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 붐은 3개월도 지속되지 못했다"며 "코스닥 벤처펀드도 이전의 수많은 정책 펀드들과 같은 결과를 맞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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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0일 11:12 게재]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2달 만에 투자자들 관심 ‘시들’
KTB자산운용 '2호' 출시… 설정액 300억원 수준 그쳐
공모형 위한 개선방안에도 관심 이어질지 미지수
KTB자산운용 '2호' 출시… 설정액 300억원 수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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