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미드캡 찾아라"…다각화 한창인 M&A 인수금융사들
입력 18.07.03 07:00|수정 18.07.02 18:32
'빅 딜' 실적 쌓기에 좋지만 참여 어려워
인수금융업계, 해외 및 중소기업 물색 중
미래에셋, KKR 해외 M&A 채권 총액 인수
KEB하나銀, 지점과 협업해 중소 M&A 주관
  • 올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도 빅 딜(Big Deal) 중심이었다. 경쟁 입찰로 진행됐던 ADT캡스는 승자의 편에 섰던 금융사와, 그렇지 않은 금융사 간 희비가 명확히 갈렸다. 이에 인수금융 업계는 해외나 중견·중소기업 인수·합병(M&A)을 물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빅 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다.

    미래에셋대우가 올 상반기 주관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인수금융 총액 1조9500억원 규모의 SK텔레콤 컨소시엄-ADT캡스 인수·1조2500억원 규모의 ING생명 리파이낸싱·1조1500억원 규모의 두산공작기계 리파이낸싱이 있었다.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2000억원·3433억원·3250억원을 주관하며 세 거래(Deal)에 모두 참여했다. 주관 건수가 3건에 불과했던 KB증권도 ADT캡스에서 7750억원을 맡으며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순위를 가른 ADT캡스의 경우 '복불복'이었다는 평가다. 거래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CVC캐피털 2파전으로 좁혀지자 대출을 집행할 금융사들도 어느 편에 '줄'을 설 지 상당히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CVC캐피털에 투자 확약서(LOC)를 발급했던 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삼성증권은 리그테이블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한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는 "ADT캡스는 워낙 인수금융 규모가 커 연간 리그테이블 순위를 결정 짓는 중요한 거래지만, 경쟁 입찰로 진행됐고 인수자가 결정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깜깜이'로 진행된 셈이나 다름 없어 누가 웃을 지 금융사 입장에서는 사전에 판단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시장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 금융사들은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을 넘는) 거래나 중견·중소기업 M&A 발굴에 더 공들이고 있다. 일종의 거래처 다각화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2분기 3000억원 규모의 해외 인수금융을 집행했다. 페퍼저축은행의 모회사인 호주 페퍼그룹(Pepper Group)이 포르투갈 은행인 방코프리머스(Banco Primus S.A.) 등을 인수하는 자금이다.

    페퍼그룹을 보유한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발행한 선순위 채권을 총액 인수했다. 미래에셋대우가 해외 차주와 직접 접촉해 협의를 진행하고, 채권을 인수한 첫 번째 사례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타 시중은행과 달리 거래 발굴과 검토를 해외 법인에 맡기지 않고 본점 투자금융부에서 직접 진행한다는 전언이다. 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현재 여러 건의 크로스보더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거래 발굴에 열중하기도 한다. 이 경우 중·소형 PEF 운용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및 우리은행은 각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주 협업한다. 올 상반기에만 리딩밸류 PEF 출자자(LP) 지분 리파이낸싱·잡코리아 리파이낸싱·모나리자 리파이낸싱 등을 함께 주관했다.

    지점을 통해 거래를 찾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전국 단위 지점망을 갖춘 은행이나 대형 증권사 위주다. 아직 초기라 사례가 많지는 않다. 올 상반기 한맥테코산업의 재무적 투자자(FI)였던 KDB캐피탈-이음프라이빗에퀴티(PE)가 2대 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겼던 거래의 주관은 KEB하나은행 투자금융부가 지점과 머리를 맞댔다.

    다른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인수금융 거래는 실적을 한꺼번에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 입찰 형태로 진행되는 등 탓에 끼기가 힘들다"면서 "크로스보더나 중견·중소기업 거래는 수수료·금리가 다소 높고, 관계를 잘 다져두면 주관을 따내기가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