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 메리츠CPS에 '콜옵션'…1兆 신규 투자는 '신기루?'
입력 18.07.04 07:00|수정 18.07.05 21:31
이랜드월드, 도미누스 컨소·메리츠 두고 동시 접촉
도미누스와 투자 유치 무산 직후 메리츠 추가 투자 계획 발표
6월 이랜드월드 신용도 상향한 신평사들 '불똥' 우려도
  • 이랜드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해 메리츠그룹으로부터 투자받은 전환우선주(CPS)를 6개월만에 전액 현금 상환한다. 이어 메리츠에서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예정에 두고 있다.

    반면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직전에 두고 있던 신규 투자자들은 이를 위해 '메리츠와의 절연'을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스로 시장에 공표해온 투자 유치 방향과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 탓에 이랜드의 자금조달 계획이 또 다시 갈지자 행보로 진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기존 메리츠그룹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 CPS를 보유 현금을 통해 전액 상환하기로 지난 2일 합의했다. 이랜드 측은 기존 발행된 CPS에 부여된 ‘콜옵션’을 오는 16일까지 행사할 예정이다.

    동시에 이랜드측은 메리츠증권에서 기존 발행한 35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500억원 증액, 총 4000억원으로 차환 발행 할 예정이다. 현재 해당 사채엔 중국 사업법인인 이랜드차이나홀딩스 지분, 이랜드리테일 등 계열사 지분 및 보유 부동산 자산이 담보로 잡혀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 측이 일부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서 양 측이 기존 담보 조건을 소폭 조정하는 방안에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그간 이랜드월드를 통해 총 1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공표한 바 있다.  SC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자금 조달을 진행해왔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미누스)·산업은행 PE·NH PE 등 컨소시엄으로부터 신규자금 5000억원 유치 및 기존 메리츠 발행 CPS 차환을 포함 총 8000억원 규모였다. 협상을 진행하던 중 지난 6월 29일 최종 무산됐다.

    결국 시장에 발표한 바와는 달리 이랜드그룹과 메리츠그룹 양 측은 이번 투자 협상이 결렬된 직후(2일) 최종 합의에 나선 셈이다.

    이 과정에서 도미누스 컨소시엄 등 신규 투자자들은 선결 조건으로 이랜드월드가 기존 메리츠 그룹에서 발행한 CPS 및 사모사채의 상환 혹은 차환 등을 통해 완전한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PEF 출자자(LP) 입장에선 기존 메리츠그룹이 보장받은 조건과 신규 투자 조건이 상이하면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점이 고려됐다.

    당초 투자업계에선 이랜드가 이를 받아들여 메리츠와의 절연 및 신규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랜드월드는 메리츠와 협상 당시 그룹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10%대에 달하는 높은 배당수익율을 보장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메리츠 측이 풋옵션 의사를 밝힐 경우 이랜드월드 최대주주이자 그룹 오너인 박성수 회장이 이 주식을 되사줘야 했다. 풋옵션을 이랜드월드에 부여할 경우 CPS가 자본 대신 부채로 계상될 수 있어 이 같은 구조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랜드는 도미누스 등과의 협상과 동시에 기존 투자자인 메리츠그룹과 접촉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존 담보 및 투자 조건의 완화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랜드가 기존 투자자인 메리츠와 신규 투자자들의 조건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 했던 셈. 이 과정에서 신규 투자자들에게 확답을 못내린 사이 산업은행 등 핵심 투자자들의 내부 투자심의가 부결돼 투자 유치가 무산됐다는 평가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랜드 입장에서 좀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 받고 싶어했던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미누스 측과 메리츠 측 요구를 둘 다 충족하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며 "시장에는 새 투자자를 모집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이랜드그룹이 메리츠 측과 인연을 끊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랜드가 콜옵션 행사이후 새로운 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올 초 발표한 투자유치는 사실상 6개월짜리 단기담보부대출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됐다. 대외적인 신뢰 문제와 함께 투자금의 단기 상환을 둔 이랜드측의 해명에 따라 회사의 신용평가를 둔 논란이 점화될 가능성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월드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자구계획 실행, CPS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된 데다 차입금 만기구조가 분산된 점"을 상향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