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 위해 미래이익 5800억 제공 논란…배임 소지
입력 18.07.05 07:00|수정 18.07.06 09:45
5년 계약 글로벌 스탠다드…中 하이난과 30년 계약 이례적
박 회장 측에 투입된 돈은 무이자ㆍ상환의무 적어… "그냥 준 돈"
아시아나, 기존 설비 인수는 불명확...'노밀 사태' 아시아나 스스로 초래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은 2년전 기내식 사업자 교체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삼구 회장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 자금을 투입할 목적으로 아시아나 기내식 사업부가 활용됐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향후 30년간 벌어들일 1조원대 이익을 '볼모'처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와 채권자들이 '배임'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내식 사업, 연평균 320억씩 꼬박꼬박 이익....30년 권리 한 번에 넘겨

    아시아나는 2003년부터 독일 루프트한자와 기내식 사업을 운영했다. '엘에스지(LSG)스카이세프'라는 합작회사를 세웠다. 지분율은 루프트한자와 아시아나가 8:2였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사업에서 매년 벌어들인 순이익은 연평균 320억원에 달한다.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20%를 훌쩍 넘긴다. 아시아나 항공기 승객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권 없이 항공사가 제공하는 식사를 무조건 먹어야 한다. 이른바 '독점적 판매처'인 셈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알짜 사업부다.

    해당 이익은 과거 5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총합 15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이 생겼다. 지분율에 따라 루프트한자와 아시아나가 이를 나눠가질 수 있었다. 실질적인 이익 배분은 지분율보다 아시아나에 더 많이 제공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 기내식 사업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직원채용ㆍ설비투자와 관리 등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2003년 최초 65억원을 댄 것 이외에 추가 증자 이력이 없다. 결국 루프트한자가 이를 담당했다는 의미. 이 비용까지 감안하면 아시아나는 실질적으로 50%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계약을 매번 5년 단위로 체결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다. 루프트한자와 계약도 1차 (2003년~2008년), 2차 (2008년~2013년), 3차 (2013년~2018년)으로 연장됐다.

    이 와중에 2016년 아시아나에서 루프트한자에 갑작스런 '투자제의'를 했다. "약 15년의 기간으로 약 2000억원을 투자해줄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3차 계약 만기 2년을 남긴 상황이었다. 루프트한자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액이나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도 주주 등에 대한 '배임'과 '신의성실 위반'이 제기된다는 법률 검토 때문.

    때마침 그 해 4월. 루프트한자와 경쟁관계인 유럽계 기내식 업체 '게이트 고메 스위스'가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에 경영권이 팔렸다. 게이트 고메는 아시아 시장 확대가 필요한 시기. 이에 아시아나는 게이트 고메에 같은 제안을 했다.

    게이트 고메 내부에서도 '배임 논란'이 있었으나 오히려 대주주 하이난항공이 과감히 나서 1600억원을 박삼구 회장의 금호홀딩스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하이난과 아시아나가 6:4 지분율로 세운 회사가 '게이트 고메 코리아'(GGK)다. 하이난항공은 이와 별도로 500억원의 현금을 추가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는 한 해 300억원 이상의 순익이 꼬박꼬박 나는 회사의 30년간 사업권과 경영권 지분을 2100억원의 대주주 현금제공 대가로 제공한 셈이다. 이를 통해 하이난은 향후 30년 발생할 이익 약 1조원(320억x30년)은 가운데 5800억원을 꾸준히 챙길 수 있다.

    자연스레 배임논란이 불가피했다. 박삼구 회장 개인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희생됐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상 지분율이 높아졌지만 실질 이익률은 더 떨어진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루프트한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 회장 회사가 받은 1600억원은 무이자ㆍ상환가능성 적어... '그냥 준 돈' 평가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해석을 전면 부정, "독일 루프트한자가 제공한 아시아나 기내식에 승객 불만이 많았다"라고 해명한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두 오해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자 서비스가 마음에 안든다면서 찾아낸 회사가 대주주가 중국계로 바뀐 회사였다. 또 여러 회사들로부터 경쟁 입찰을 받은 것도 아니고 하이난을 꼭 찍어 선정, 30년 사업권을 줬다. 승객을 위한 서비스 교체란 해명이 부실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배임 논란의 또 다른 원인은 1600억원의 계약조건이다.

    사모형식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투자됐다. 어쨌든 '채권' , 즉 빌린 돈이다보니 표면상 아시아나가 갚아야 할 돈이다. 하지만 세부조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주인수권에 대한 '비분리'형태의 BW다. 빚을 갚고 따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빚으로 돌려 받을 돈을 활용,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전환사채(CB)와 유사하다. 즉 하이난항공은 1600억원을 빚으로 줬지만 금호홀딩스(금호고속) 신주로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원금 상환 의무가 없어진다.

    그렇게 하이난항공이 받는 주식 값어치도 애매하다. 일단 금호홀딩스가 비상장사고 챙겨가는 지분율도 낮다. 주당 15만원에 신주를 받는데 지분율이 딱 25%에 그친다. 그 사이 박삼구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0%에서 52%로 줄어드는데 머문다.

    심지어 이 주식 상당량이 무려 20년뒤에 제공된다. 그 사이 회사에 큰 변고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 또 유무상 증자 등이 생기면 하이난의 지분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렇다고 CB처럼 리픽싱(Refixing)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하이난항공이 받을 지분가치는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류의 20년짜리 비분리 BW는 아예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지 않은 비상장사 주식은 투자업계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기 일쑤다.

    그러면서 하이난항공은 그 와중에  '이자' 한 푼 받지 않는다.  표면이율ㆍ만기이율 모두 0%. 이러니 "하이난이 박삼구 회장에게 그냥 준 돈" ,  "유럽이 아닌, 중국계 업체다보니 가능한 투자 결정"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박삼구 회장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 "아시아나와 하이난그룹이 먼 장래를 보고, 또 한국과 중국간의 장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입장만 반복 중이다. 기내식 논란에 대한 표면상 사과는 했지만 정작 배임 의혹은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기존 설비인수는 또 거부...'노밀 사태'를 초래한 건 아시아나항공 평가도

    사업자 교체 과정에서 아시아나는 기존 설비ㆍ직원 승계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논란거리다.

    루프트한자는 별 수 없이 사업부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아시아나에 "계약연장이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기존에 써왔던 설비, 그리고 합작회사 직원들의 고용승계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이조차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합작회사 직원은 1000명이 넘는 상황.

    루프트한자 입장에서는 이왕 철수하기로 했으니 합리적인 가격에서 아시아나가 인수하기를 희망했던 셈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시아나가 하이난항공-게이트고메와 새 합작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어차피 설비는 필요하고 직원들은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 기존에 쓰던 설비와 직원들이 더 능숙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이조차 거부했고, 결국 현재의 기내식 대란까지 이어졌다. 루프트한자의 공정위 고발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설비를 인수하느냐, 마느냐는 경영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게이트 고메 코리아의 업무 능력 부족과 화재, 그리고 납품업체 갑질계약까지 이어지면서 그릇된 판단이란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나가 박삼구 회장을 위해 이번 사태를 스스로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 아시아나와 박삼구 회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예측불허였다"라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사태가 나빠질 것을) 미리 예측을 못했던 것"이라며 "외국에서 가져올 수도 있었고 대한항공이 도와준다 하면 해결할 수도 있었는데 준비를 못한 게 실수"라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